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일상생활 속에 선택이 다양한 나라가 캐나다일 것입니다. 선택이 익숙치 않은 우리에게 때로는 불편스럽기도 한 것이 바로 선택의 다양성입니다. 식당에 가도 묻는 것이 어찌나 많은지. 고기는 어떻게, 계란은 어떻게, 감자는 어떻게, 드레싱은 어떻게 등등 한식과 달리 몇가지 되지도 않는 재료를 갖고 수 많은 조합을 만들어 내는 재주 아닌 재주가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 곳식으로 하자면 한식당에 가서 “밥은 약간 질게 해 주시고 김치는 살짝 익은 맵지 않은 것으로 주시고 …” 해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주문할 수만 있다면 내 입맛에 꼭 맞는 음식을 먹겠지만 주는 대로 먹던 우리 관습으로는 서로간에 불편함이 있을 것입니다.
은행에서도 선택해야 할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개인수표도 기호에 맞게 디자인을 고르고 계좌의 플랜도 거래량에 따라 선택하고 신용카드도 사용목적에 맞게 고르게 됩니다. 그 뿐입니까? 투자 상품의 종류도 수 없이 많습니다. 캐나다의 뮤추얼 펀드 종류만도 5000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은행마다 대출상품의 종류 또한 무척 많습니다. 사람마다 식성이 다르고 식성에 따라 음식을 주문하듯 은행의 상품도 고객의 상황에 맞게 선택되어야 합니다. 아마도 식당에서는 음식 값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메뉴를 선택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음식 선택보다 훨씬 더 중요한 대출상품을 선택할 때는 의외로 금리만 보고 결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거두절미하고 “그 은행 대출금리가 얼마입니까?”하는 문의전화를 받곤 합니다. 이는 식당에 전화해서 “그 집 음식 값이 얼마입니까?”하고 묻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물론 가격도 중요하지만 우선은 가격에 앞서 무엇을 먹을지, 내 입 맛에 맞는 음식이 무엇인지 정한 다음, 음식 맛, 식당 분위기, 서비스, 가격 등을 종합해서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순서일 것입니다. 사실 은행마다 상품의 종류나 금리는 거의 비슷합니다. 비슷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다만 고객이 비교하기 쉽지 않도록 포장을 달리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자금계획과 상환계획 등 여러 상황을 감안해서 내게 맞는 상품이 무엇인지부터 결정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 다음, 금리, 상품의 활용성, 은행의 편리성 등 여러가지를 비교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모든 가격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광고에 자주 등장하는 캐나다 OOO금융기관의 대출금리는 일반은행의 금리에 비해 쌉니다. 그 이유는 지점망 없이 전화로 거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비용이 적게 들고 그만큼 금리를 낮게 드린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기관이 크게 선호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 때문이겠습니까. 필요할 때 전화 연결이 간단치 않을 뿐더러 얼굴을 맞대고 상의할 특정한 담당자가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중도에 상환하면 페널티를 내는 상품이 페널티를 내지 않는 상품에 비해 금리가 쌉니다. 만약 중도에 상환한다거나 집을 팔 계획이 있는데도 금리가 싸다는 이유로 상품을 선택한다면 결과적으로 더 큰 손해를 보게 됩니다. 반대로 일정기간동안 상환할 계획이 없다면 금리가 싼 쪽으로 선택해야 할 것입니다. 혹시 대출금액 중 일부는 상환할 계획이 있고 일부는 상환할 계획이 없다면 두가지 상품을 함께 쓰는 것이 바로 입 맛에 맞게 쓰는 요령입니다.
대출은 외식처럼 자주하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먹어 본 경험이 없다면 음식 맛을 알 수 없듯 대출상품도 어떤 것이 내게 맞는지 알기가 어렵습니다. 모든 것이 생소한 메뉴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종업원에게 하나 하나 묻거나, 나의 식성을 설명하고 나서 한 두가지 음식을 추천 받게 될 것입니다. 그 과정 없이 그저 종업원이 맛있다고 권하는 것을 주문하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것입니다. 대출상품을 결정할 때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대출 전문가를 만나 현재의 상황과 향후의 계획을 가능한 자세히 설명한다면 틀림없이 가장 입맛에 맞는 상품을 추천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주택을 새로 구입하는 경우라면 집을 보기 전에 대출상담을 통해 자금계획부터 세우는 것이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기존에 대출이 있다면 만기 한 두달 전에 다시 상담해 보실 것을 권합니다. 내게 맞는 특별한 무엇을 선택한다는 것이 번거로움 보다는 즐거움이 되고 더 큰 이익이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