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주택시장의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상승세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전문가들이 있지만 예전과 같은 활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일부 한인 부동산 중개사들은 “주택시장의 봄날은 갔다”면서 전업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부동산 중개사로 활동한지 3년이 지나지 않은 K씨는 “중개 수수료에만 의존한다면 생계가 곤란한 지경”이라며 “시장이 다시 살아날 때까지 다른 일도 병행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밴쿠버 부동산위원회(REBGV)에 따르면 3월 단독주택의 매물등록건수는 지난 2월에 비해 10.8% 늘었다. 반면 거래량은 20.2%가 줄었고 거래성사에 필요한 기간은 늘어나고 있다. 단독주택의 평균거래가격(76만4616달러)은 지난해보다 12.1% 올랐다.

본지가 한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트라이 시티와 버나비 일대 주택 거래가격을 조사한 결과 3년 전에 보다 50% 이상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배 가까이 오른 곳도 있어 생애 첫 주택구입자는 엄두조차 못 내는 수준으로 변했다.

이진충 부동산 중개사는 “시장분위기는 부동산협회가 발표하는 각종 지표와는 조금 다르다”면서 “매매가 뜸하다고는 해도 시장이 침체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최근 집을 사는 사람들의 70~80%는 중국계”라면서 “매물을 찾는 한인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은퇴를 앞두고 소형 아파트로 이사하거나 가족이 늘어 큰 집으로 옮기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한인사회의 주택거래는 아주 한산하다는 것이다.

이용욱 기자 lee@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