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 시장을 놓고 한인과 중국계는 입장이 다르다.

한인 부동산 중개사의 중론을 모아보면 시장은 활발하다고 보기 어렵다. 한인 부동산 중개사들은 환율부담이 커지면서 한인 바이어 사이에 투자심리가 위축된 부분이 있다고 진단했다.

보통 한국 부동산을 담보로 해서 캐나다에서 모기지(담보대출)를 얻거나, 한국의 집을 전세 주고 받은 자금을 가져올 때 캐나다 달러가치가 높아지면서 전보다 높아진 밴쿠버 부동산 진입 문턱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캐나다에서 모기지를 얻으려는 사람들은 여전히 저금리이기는 하나, 캐나다 시중은행 대출기준이 예전보다 상향 조정됐음을 경험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일부 중개사는 예전보다 밴쿠버 이민∙유학 열기가 줄었다는 진단도 했다. 한 한인 부동산 중개사는 “과거처럼 조기유학 와서 집을 사고, 나갈 때 되팔아 학비나 생활비를 벌어들이고 나가는 이들이 2009년 경기후퇴를 정점으로 줄었다”며 “밴쿠버 부동산 가격도 많이 오른 상태에다가 예전처럼 유학이 많지 않다”고 의견을 내놓았다.

이 중개사는 “이제는 이민자의 실수요 위주로 시장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경기도에 한정된 통계지만 경기도 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유학∙이민을 떠난 초등학생수는 2008년 3723명에서 2010년 2387명으로 감소했고, 귀환 학생수가 지난해 2164명으로 늘었다.

도교육청은 조기유학에 대한 부정적 평가나 불안감 경기침체로 인해 나가는 학생은 줄고, 들어오는 학생은 늘어나는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한인의 체감이 밴쿠버 전체 시장의 온도를 나타낸다고 하면 오류다. 다른 흐름도 거세다.


밴쿠버 시장을 움직이는 중국본토 부자들


중국계 부동산 중개사들의 답변은 달랐다. “바빠서 다른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단서가 있다. “중국인이 선호하는 지역에 한해 매매는 여전히 활발하다”는 것. 중국인도 한인과 비슷하다. 상하이(上海), 쉔젠(深圳), 광저우(广州)에 사는 부유층이 도시 내에서 발생하는 임대수입 등 부동산 자금으로 밴쿠버로 들어온다.

4000만명 규모로, 캐나다 인구숫자와 거의 맞먹는 이들 중국 부호 중 적지 않은 숫자가 밴쿠버에서 고급 단독주택이나 고층 고급아파트를 찾고 있다.

한인의 움직임은 밴쿠버 부동산 보고서에서는 잡히지 않지만, 중국 본토에서 날아와 밴쿠버의 주택을 사는 이들의 움직임은 밴쿠버 부동산 보고서에도 잡히고 있다.

콜리어인터네셔널사는 지난 분기 거주용 시장 분석 보고서에서 “중국인의 부동산 구매 열기가 지난 5분기 동안 유지 상태”라며 “이와 같은 움직임은 부동산 업계에서 주의 깊게 모니터링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현지인의 부동산 시장 접근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최근 외국인 부동산 소유에 대한 반발로 등장하고 있다고 콜리어사는 지적했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 규제가 가시화된 것은 없는 상태다.

그렇다고 밴쿠버 로컬시장에서 차이나 리스크(China Risk)에 대한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정부가 부동산 투기나 물가를 잡으면, 밴쿠버에 큰 여파가 미칠 것이란 전망도 있고, 홍콩의 중국반환 당시(1997년) 밴쿠버 부동산의 일시적인 추락 현상이 다시 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여기에 대한 중국계 부동산 중개사의 의견을 물은 결과 “중국내 정책결정권자의 자녀가 밴쿠버에 투자하고 있어 랠리는 계속된다고 본다”는 답변이 있었다. 달리 표현하면 중국의 경제정책 흐름을 잘 아는 사람들이 밴쿠버 시장에 투자 또는 투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단 콜리어인터네셔널 보고서는 “중국본토인의 투자와 관련해 사실보다 허구가 더 많이 퍼져있다”며 “중국본토인 투자가 밴쿠버 서부와 리치몬드 단독주택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지만 모든 부동산 거래를 움직이는 동력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레그 애슐리(Ashley) 콜리어 인터네셔널 주거용마케팅 사장은 “아시아계 구매자가 움직이고 있지만, 이들은 외국인이 아니라 지역 주민”이라고 덧붙였다.

캐나다 국내에 사는 중국계 인구는 이미 5년 전에 120만명을 넘은 상태다. 최근 중국계 인구 증가율을 계산해보면 2011년 현재 중국계 인구는 144만명으로 추산된다. 중국계 중개사들은 BC주내 중국계 인구가 약 60만명이라고 말하고 있다. 메트로 밴쿠버 전체 인구의 25%에 해당한다. 이들끼리만 거래해도 시장은 돌아갈 수 있다.

콜리어인터네셔널 보고는 중국계가 선호하는 지역은 리치몬드를 제외하고 ▲밴쿠버시 서부 UBC인근 지역(제곱피트당 700~750달러선) ▲노스쇼어(575~625달러선)▲써리 남부-와이트록(550~600달러선)이라고 밝혔다. 괄호 안 가격은 고층 새 아파트 기준.

 

차이나랠리 언제 끝나나?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 현재 메트로 밴쿠버 시장의 남다른 독주가 끝나리란 예상은 어렵지 않다. 밴쿠버 시장은 미국이나 캐나다 지역과 비교해 보면 지나치게 남다르다.
그러나 언제가 될지 정작 중요한 시점을 예언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중국계 부동산 중개사 중 1명은 “언젠가는 중국 정부가 부동산 투기 규제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정확히 언제라고 아무도 단언 못한다”며 “당장 랠리 끝보다는 팍스 차이나의 꿈을 꾸는 중국계의 분위기로 알아달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 리스크가 현실화되는 시점을 예언하려는 전문가는 없다. 국외사정을 정확히 알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의 전례로 미래의 상황을 점치기도 쉽지 않다. 1990년대초 홍콩반환을 앞두고 밀려들어왔던 홍콩계는 밴쿠버 집값을 크게 올려놓았다. 그러나 1997년 7월 홍콩반환 후 홍콩계가 우려했던 탄압이 일어나지 않고, 아시아 금융위기가 시작되자 홍콩계와 아시아자본이 빠져나가면서 밴쿠버 집값은 곤두박질 했다.

이 시나리오가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고 보는 사람은 없었다. 중국과 홍콩은 다른 사회이기 때문이다.


“2011년은 문제 없이 넘어가나”

중국인이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린다는 밴쿠버 지역 반발심리와 언젠가는 끝난다는 불안감도 있지만, 현재까지 상황은 개발업자들이 2011년 밴쿠버 부동산 시장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콜리어사는 밝혔다. 여기에 통합소비세(HST)폐지에 관한 주민찬반투표 결과에 따라 올 가을 주거용 주택 건축시장에 대한 개발업자들의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고 콜리어사는 덧붙였다.

부동산 관련 시장 체감은 한인 부동산 중개사 10명, 중국계 부동산 중개사 10명에게 이메일과 전화로 문의한 결과다.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