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주에 AKCSE UBC가 간호학에 대해 소개해드렸는데요, 1부에서는 간호대학 입학조건 및 팁에 대해 소개했다면 이번 2부에서는 학과 과정과 졸업을 앞둔 최다은씨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하려고 하려고 합니다. 최다은씨는 현재 UBC School of Nursing (간호대)에서 공부하고 있고 졸업반에 있기 때문에 캐나다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환경이 어떤지에 대한 값진 정보를 밴조선 교육 독자 분들께 전할 수 있었습니다.


Q. Nursing(간호대)에 지원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전 어려서부터 활발한 성격 때문인지 혼자 있는 것보다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수다쟁이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사람들의 얘기를 듣는 것 또한 좋아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언제부턴가 주변에 있는 친구들, 동생들, 그리고 언니 오빠들이 힘들거나 어려운 일들이 있으면 말을 들어주며 자주 상담을 하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이를 통해 위로해주고 격려해주고 실제로 도와주는 것에서 기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고등학교 11학년 때 ‘상처 입은 치유자’라는 한 선교사님이 오셔서 했던 강의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큰 감동을 받고 “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자가 되고 싶다.” 라는 새로운 꿈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Q. ‘치유하는 자’라면 다른 의료관련 직업들도 많은데, 그 중 간호사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대부분은 치유하는 것, 치료하는 것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의사일 것입니다. 저 또한 어렸을 때는 아프면 의사선생님께 가서 진단을 받는 게 익숙했기 때문인지 단연 의사를 생각했었습니다. 어린이들을 좋아한 탓에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교 때까지 했던 많은 봉사들이 모두 어린이들을 위한 것들이었고 소아과의사가 돼야겠다고 생각하며 UBC 사이언스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대학교 2학년 때쯤 의사가 환자들과 보내는 시간이 짧은 모습들을 보면서 문득 과연 의사가 정말 제가 원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Health Care 쪽에서 어떤 다른 직업들이 있나 알아보던 중 간호사 (RN, Registered Nurse)라는 직업이 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간호대생인 저에게도 처음에는 간호사라는 직업이 참 생소했습니다. 그때 당시에는 제 주변에 다 의대지망생 아니면 약대지망생들 이었고, 가족이나 아는 지인들 중에서도 간호사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간호사라는 직업에 끌렸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간호사라는 직업에 대해서 정보를 수집하게 되었고, 고민 끝에 지원하고 합격해서 정말 기뻤습니다.


Q. 간호라는 진로를 결정할 때 힘들었던 점이 무엇인가요?
A. 간호사라는 직업이 한인 사회에는 저평가되고 있는 것 같아서, 결정을 내릴 때 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캐나다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간호사를 높이 평가하고 가장 많이 신뢰하는 전문직 중 하나라고 발표했지만, 반대로 한국에서는 간호사의 이미지가 조금은 다르다는 걸 느꼈습니다. 간호로 갈 의향을 얘기하였을 때 주변의 한국 어른 분들이 “공부 잘하는데 의대로 가지, 왜 굳이 간호대로 가냐. 그럴 바엔 차라리 의대로 가라.” 라는 말씀을 종종 하시곤 했습니다.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아니, 한국 어른들에게는 간호사가 ‘의사를 보조하는 사람’ 혹은 ‘의사가 시키는 일, 허드렛일 하는 사람’이라는 의식이 조금 남아있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주변에서 생각보다 많은 반대로 힘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엄연히 간호사와 의사가 다른 직종이라는 것을 알았고, 11학년 때부터 키워온 저의 꿈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자)을 이뤄가는데 딱 알맞은 수단이 간호사라는 직업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따라서 제게 의대를 지원하라는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제가 왜 의사가 아닌 간호사가 되고 싶은지 설명할 수 있었고 설득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간호대를 다니고 병원에서 실습하며 보고 배운 것은 간호사와 의사는 서로를 보충해주는 관계라는 것입니다. 간호사와 의사 사이의 관계뿐만 아니라 사실 다른 모든 의료계 직업들이 모여서 환자를 돕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케어이기 때문에, 팀워크일 뿐 결코 계급제도 (Hierarchy)가 아닙니다. 또한 캐나다 간호사들은 한국에 있는 간호사들보다 더 많은 자치권(autonomy)을 가지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즉, 간호행위 외 일부 의료행위를 의사의 지시 없이 독자적으로 수행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상황에선 간호진단을 통해 필요한 약물을 처방해서 투여할 수 있고, 환자의 컨디션이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링겔을 시작할 수 있고, 또한 wound care와 간단히 꿰매는 일 등. 졸업 후 병원이나 학교를 통해서 specialty코스들을 수료하면 독자적으로 수행 가능한 일들을 넓힐 수 있습니다.) 또한, 의사들은 환자들의 제대로 된 진단과 처방을 위해서 환자의 상태를 가장 잘 이해하는 간호사에게 의견을 물어보고 한 팀이 되어서 환자에게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지를 의논하기도 합니다. 의사가 되기 위해서 엄청난 공부를 해야 하는 건 사실이고 공부를 잘해야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결코 공부를 못한다고 해서 간호사를 지원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간호사 또한 병에 대해서 인체에 대해서 그리고 약들에 대해서 꽤 많이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즉, 간호사라는 직업도 다른 의료관련 직업들과 마찬가지고 끝없는 공부를 요구하는 직종입니다.



Q. 최다은씨가 느끼기에 간호사라는 직업은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나요?
o   나에게 어울렸던 Nursing철학
간호사는 한 사람의 전체를 돌보는 직업입니다. ‘병이 난 곳’을 집중적으로 치료하기 보다는, ‘병에 걸린 사람’을 치료한다는 것이죠. 사람이 아픈 데에는 생물적 요소인 몸의 상태만 이유가 되지 않고, 사회적 요소, 가정적인 요소, 심리적인 요소, 환경적 요소, 문화적 요소, 경제적 요소, 관계적 요소 그리고 영적 요소 들이 병합되어있습니다. 간호사는 지금 제 앞에 아파하는 이 ‘사람’을 전체적 (holistic approach) 으로 바로 보면서 육체적으로 필요한 약을 복용하게 하고, 아픈 증상들을 치료하는 것 외에 이 상황을 있게 한 여러 요소들을 건강하게 발전시키는데 노력하며, 또한 마음을 돌보며 삶의 질을 회복시키는데 도움을 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간호사는 한 개개인 사람만을 돌보는 직업이 아니라, 가족을 돌보고 커뮤니티를 돌보며 사회를 돌보는 직업입니다. 특히, UBC 간호대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많이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social justice(사회정의)가 이뤄지는데 힘쓰며,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이 처한 상황 속에 필요하고 평등한 health service를 받으며 개개인과, 가족 그리고 한 커뮤니티를 건강하고 empower하는지 고민하며 힘쓰는 것 또한 간호사들이 하는 것을 말입니다.

o   간호사는 환자들의 목소리
환자들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바로 간호사입니다. 예를 들어 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가 하루에 의사와 만나는 시간이 길어야 5-10분이라면 간호사들은 24시간을 옆에서 돌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와 그 가족들을 가장 잘 알게 됩니다. 지금 환자의 상황이 악화되는지, 좋아지는지, 지금 복용하는 약이 잘 맞는지 안 맞는지, 환자의 의지가 존중되고 있는지 안되고 있는지, 가족들이 잘 견디고 있는지 등… 간호사는 어쩌면 인간의 삶 가운데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환자들의 목소리가 되어서 의사를 비롯해 다른 의료계 동료들에게 환자들을 위해서 지지해주는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제가 간호사의 길을 택한 이유 중에 하나도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o  다양한 분야를 접할 수 있는 간호사
보통 의사는 한 분야를 정하면 그 한 분야를 계속 연구합니다. 만약 그 분야를 바꾼다면 다시 깊이 연구하고 공부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도 오래 걸립니다. 반대로, 간호사는 할 수 있는 일들이 너무나도 다양합니다. 병원에서 일을 하게 되었을 때도, 예를 들어 소아과에서 일을 하다가 몇 년 후에 응급실에서도 일할 수 있고, 그러다가 또 다른 병동에서 일하고 싶다면 수술실에서 일을 할 수도 있듯이, 여러 분야에서 일할 수 있습니다 (물론, 졸업 후에 분야별 특정한 specialized 간호교육을 받아가면서). 만약 병원이 맞지 않는다면 RN간호사는 병원 외에 환자의 집들을 방문하며 치료하는 home care nursing을 할 수도 있고, 학교나 정부기관, 커뮤니티 클리닉 또는 회사나 연구소 등 다양한 곳에서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여러 가지를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는 저에겐 다양성을 지닌 Nursing이 끌릴 수밖에 없던 것 같습니다.

o 간호사만의 특권
의료계에는 의사, 약사, 치과의사, 물리치료사 (physiotherapist), 작업 요법사 (occupational therapist), 사회복지사(social worker), 영양사(dietitian) 등 정말 다양한 직업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전문가들이 협력해서 한 사람의, 한 커뮤니티의, 그리고 한 사회의 건강을 가져온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많은 직업들 중 간호사가 가장 인류(humanity)에 대해 고민하고 배울 수 있는 직업인 것 같습니다. 환자들을 가까이서 돌보면서 한 사람의 삶의 여정에 동참하게 되는 것은 간호사로써 감사해야 할 특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간호사가 되면 힘든 점이 무엇이 있나요?
A. 지금까진 간호사의 좋은 점만 언급한 것 같은데, 간호사가 분명 쉬운 직업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두셨으면 좋겠습니다. 우선 체력이 좋아야 합니다. 많은 경우 12시간씩 낮과 밤으로 서서 근무를 해야 하는 직업입니다. 병동마다 일하는 시간들도 다릅니다. 잠자는 시간이 다르다 보면 몸이 힘들어질 때도 있고, 덩치 큰 환자들도 다른 간호사들과 힘을 합쳐 옮겨야 할 때도 많고, 어떨 때는 정말 너무 바빠서 제대로 앉아있을 시간이 없어 체력은 물론 정신적 그리고 감정적으로 지칠 때도 있습니다. 자신이 하는 작은 것 하나하나에 사람의 생명이 오고 갈수 있는 일이니 큰 책임감이 따를 수밖에 없는 직업입니다. 사람들을 살리려고 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을 조금이나마 편안하게 해주려고 노력하지만, 때로는 돌보던 사람들의 죽음을 맞닥뜨려야 하는 직업입니다.
그렇기에 자기관리와 시간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상황파악도 빨라야 하고요. 그리고, 끊임없이 사람들과 마주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다양하고 많은 사람을 대면하면서 금방 지친다면 일이 정말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저 또한 학생 간호사로 일을 하면서 제가 살아온 방식과 180도 다른 삶을 살아가고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이해하려고 애쓰면서 마음으로 품어야 하는 직업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간호사라는 직업이 깔끔한 직업은 아닙니다. 피도 봐야 하고, 구토도 봐야 하고, 깊이 패인 상처들도 봐야 하고, 상상하지 못했던 부상들의 흔적도 봐야 하고, 때로는 환자들의 용변 보는걸 도와주고 치워야 하고, 옷을 갈아 입혀드려야 하고, 몸을 씻어줘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분들은 아프고 너무나도 약해져서 그 일들을 할 수 없기에, 내가 그분들의 손이 되어주고 발이 되어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가슴 아픈 사연들의 연속이기도 합니다. 죽어가는 남편의 손을 붙잡고 있는 부인의 모습을 보는 것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슬픕니다.
이 모든 것이 스트레스 받지 않고 힘들지 않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이겠죠. 정말 솔직하게 말해서 Nursing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그런 직업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단 한번도 간호사의 길을 결정하고 후회하지 않은 이유는 Nursing을 사랑해서 입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 지식과 마음 그리고 정성을 다해서 도왔을 때 아파하던 환자분이 편안해지는 모습을 보고, 우울해 하던 환자분이 환하게 웃으시고, 오랜 산후 고통 끝에 태어난 아이를 안고있는 엄마아빠를 보았을때, 헛소리를 하던 환자분이 제정신을 되찾고 가족들과 얘기하는 모습을 볼 때 내 안에 몰려오는 따뜻함 때문인 것 같습니다.


Q. 현재 하고 있는 일이나 봉사활동이 있나요?
A. 현재는 학교 외에 Employed Student Nurse (학생 간호사)라는 타이틀로 작년 8월부터 일을 하고 있습니다. Employed Student Nurse는 BC주 내에 간호대 3,4 학년을 대상으로 Vancouver Coastal Health Authority, Fraser Health Authority, Providence Health Authority, or Provincial Health Service 밑에 있는 병원들에 ‘학생 간호사’ 자격증을 얻어 취직할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BC주에 있는 많은 간호대 학생들이 거의 다 지원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간호대에 합격하는 것 보다 이 학생 간호사 취직 경쟁이 더 심하다고 느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더 많은 실습 경험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기회이며, 학생 간호사로 취직하면 그 곳에서 네트워킹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따라서 졸업 후 취직에도 도움이 되고, 학생 간호사로 일하면서 용돈도 벌 수 있는 기회라서 많이들 원하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저도 운 좋게 취직해서 너무나 감사했고, 앞으로도 간호대에 들어가는 후배들에게 반드시 도전하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Q. 간호대 졸업 후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A. 지금부터 약 두 달간의 학교공부가 끝나고 5월에 졸업식이 있습니다. 그리고 6월 초에 CRNE (Canadian Registered Nurse Examination)라고 불리는 시험이 있는데, 이 시험을 통과해야지만 정식 RN 간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게 됩니다. 
저는 전부터 병원에 취직해서 소아과 간호사가 되고 싶어했습니다. 하지만 간호대학을 다니면서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들 (예를 들면 PACU, ICU, Trauma Unit같이 중환자들을 돌보는 일) 이 생겼기 때문에 이것들을 먼저 시도해보고 싶습니다. 한 3-4년 동안 그 쪽 분야에서 먼저 일을 하므로 써 더 많은 경험과 실력을 쌓고 BC Children’s Hospital에서 소아과 간호사로 일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다시 학교로 돌아가서 Master’s in Nurse Practitioner(간호학 석사)를 공부하여 Nurse Practitioner (전문 간호사)가 되는게 저의 계획입니다. (NP는 캐나다 및 미국과 호주에 있는 간호사직업인데 BC주에서는 NP로써, 패밀리닥터와 비슷하게 간단한 진단과 처방들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렇지만, 어디서 어떤 간호일을 하던지, 앞으로 계속 아픈 사람과 가족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또한 그들이 건강하게 살아가는데 도움을 주며 살고 싶습니다.
위와 같은 정보를 더 얻고 싶다면 akcse.ubc.pub@gmail.com로 문의를 해주셔도 좋습니다. AKCSE (Association of Korean Canadian Scientists and Engineers)는 UBC 한인 학생회 중 하나로 Science와 Engineering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모인 아카데믹 클럽입니다. UBC내에 선후배간의 커넥션은 물론이고 대학원생들 및 졸업생들과도 커넥션을 이어줄 수 있는 동아리입니다. 또한 많은 정보 및 팁을 가지고 있어 신입생들이 처음 대학에 들어와서 적응해야 할 시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유익한 정보를 계속 올릴 예정입니다. 많은 도움 되시길 바라며, 이상 AKCSE Publication Committee 멤버 남진솔, 양혜민, 이윤지가 작성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