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엄마들이 아이가 어릴 때부터 공부를 시키는 이유는 기초를 탄탄히 해둬야 나중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여기에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 빠져 있다. 아이가 자기주도 학습법을 스스로 체득하지 못하면 결코 경쟁에서 우위에 서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구구단을 못 외워 수업 진행에 방해만 되던 아이가 전교 1등을 하기까지 자기주도 학습을 실천해온 심재웅 군. 잠을 줄여서라도 계획표대로 실천하면서 자신과의 약속을 지킨 것이 비법이었다.
깨알같이 정리한 주간 공부계획표
올해 교육과학기술부와 전국학부모지원센터가 주최한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자녀 교육하기/공부하기 수기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심재웅 군은 보기에는 평범한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이다. 조금 남다른 점이 있다면 반 친구가 여자친구에게 “우리 반에서 1등 하는 친구야.”라고 재웅 군을 소개할 정도로 공부를 잘한다는 것. 사실 재웅 군은 친구의 그런 소개말을 들으면 내심 기분이 좋다. 초등학교 때만 하더라도 친구들에게 ‘바보’, ‘어리바리’라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국어시험 10점 받던 그 아이는 지금 고등학교 최상위권에 올라 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 비결은 재웅 군이 항상 갖고 다니면서 스케줄을 깨알같이 적어 놓은 메모장에 있다. 거기에는 한 주에 해야 할 공부계획이 빼곡하게 정리돼 있었다.
재웅 군의 기상시간은 새벽 5시 30분. 6시 10분에 학교에 도착해서 7시 반까지 도서실에서 공부한다. 아침시간은 집중이 잘되기 때문에 수학문제를 풀기에 좋다. 아침에 공부를 하면 머리가 상쾌해지고 하루를 알차게 시작하는 느낌이 든단다. 주 중에는 수업이 끝나고 밤 11시까지 야간자율학습을 하면서 개념정리 위주로 공부한다. 1교시에는 수학, 2교시에는 영어, 3교시에는 과학, 이런 식으로 그날 배운 과목을 복습하는 것이다. 그리고 주말에 문제풀이 위주로 한 번 더 복습한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밤 12시 가까이 되지만 바로 자지 않고 한두 시간 정도 교육방송의 인터넷 강의를 듣는다. 주로 개념정리가 필요한 수학과 과학 과목이다.
재웅 군의 하루 공부계획의 기본은 ‘그날 배운 것은 그날 끝낸다’는 것이다. 쉬는 시간에는 수학문제를 풀거나 그날 배운 것 중에서 복습할 양이 많은 과목을 공부한다.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선생님께 여쭤보거나 인터넷 강의를 보면서 해결한다.
“오늘 할 일을 미루면 다음 날 공부해야 할 양이 많아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날 배운 것은 그날 소화하려고 해요. 계획한 대로 하려면 시간 안배도 중요하지만 공부할 때 최대한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죠.”
가족이 다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두 시간 보내고 나면 재웅 군은 잠자는 시간을 줄여서라도 그날의 목표를 채운다. 일주일 단위로 스케줄을 짜고 주말에는 다음 주 목표와 공부계획을 세운다. 그러니까 재웅 군이 하루에 자는 시간은 서너 시간이다. 중학교 때부터 유지해온 습관이다. 졸리면 점심시간에 잠깐 눈을 붙인다. 자고 일어나면 정신이 몽롱해질 수 있으므로 세수를 해서 재빨리 리듬을 되찾는다. 철저한 자기관리가 몸에 밴 것이다.
전교 1등의 과목별 공부비법
영어는 단어를 외우는 데 시간을 많이 할애한다. 하루에 단어 50~100개씩은 꼭 외우려고 한다. 영어단어 암기의 왕도는 반복뿐이다. 보고 또 보는 게 비법이다. 그래서 항상 단어장을 갖고 다니는데 등교시간 버스 안에서도 영어단어장을 꺼내본다. 그리고 독해를 꼼꼼하게 하면서 문법과 숙어를 익힌다. 과학은 좋아하는 과목 중 하나다. 개념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므로 배운 그날 바로 복습하고 인터넷 특강을 통해 심화학습을 한다. 일주일에 한 번 생물과 관련된 책도 꼭 읽는다.
학습지와 문제집은 과목별로 3개씩 마스터한다. 먼저 원리가 잘 정리돼 있는 것을 본 후, 문제가 다양하게 많은 것과 모의고사 형식으로 돼 있는 학습지를 선택한다. 재웅 군은 원리를 잘 정리한 학습지로 <누드교과서>와 <하이탑>을 본다. <누드교과서>는 해설이 강의식으로 돼 있어 머리에 좀 더 잘 들어오고, <하이탑>은 빠진 내용 없이 상세하게 소개돼 있는 것이 선택의 이유다.
시험준비는 보통 한 달 전부터 시작한다. 야간자율학습 시간 중 수학 공부시간을 줄이고 그 시간에 암기과목을 정리하면 2~3주 안에 시험공부를 끝낼 수 있다. 그러면 시험날짜까지 남은 기간 동안 2~3회 더 반복할 수 있다. 작년 시험문제지를 구해 보거나 올해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문제지를 풀어보면 문제가 어떤 식으로 출제되는지 예상할 수 있어 도움이 된다.
꼴찌를 1등으로 만들어준 자기주도식 학습
재웅 군은 지금 성적이 최상위권이지만 어린 시절에는 ‘바보’라고 놀림 받는 아이였다. 한글도 배우지 않고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칠판에 쓴 알림장의 내용을 적지 못해 그림으로 알림장을 채워야 했고, 2학년 때는 구구단을 못 외워 수업진행에 지장이 있다는 선생님의 편지를 받기도 했다. 학교 시험에서는 10점, 20점을 넘지 못했다.
“4학년 1학기까지는 시험이 어떤 것인지도 몰랐어요. 한번은 어머니께서 국어는 예시문제에 답이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정말 답이 보이고 쉬웠어요. 5학년 국어시험에서 백점을 맞으니까 친구들이 커닝한 거 아니냐고 했는데, 저는 도리어 커닝이 뭐냐고 물었죠.”
5학년 때까지만 해도 공부에는 관심도 욕심도 없었다는 재웅 군. 하지만 같은 반 친구들이 어리바리하다고 놀리자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재웅 군의 어머니 김민숙 씨(53)가 이 문제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그동안은 입버릇처럼 ‘너는 잘될 거야.’ ‘할 수 있어.’라고 이야기해줬어요. 초등학교 때 시험에서 10점을 받아와도 야단 한 번 치지 않았죠. 그런데 아이가 기죽어 있는 모습을 보니 변화해야 할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우리 아이가 안 된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 결국 긍정적인 생각과 말대로 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