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일 밴쿠버 컨벤션 센터에서 2011 밴쿠버 부동산 포럼이 이른 오전부터 9시간동안 열렸다. 북미의 부동산 관련 기업 중역들이 ‘미국과 캐나다 경제 전망’, ‘밴쿠버 부동산 시장의 미래’ 등에 관한 다양한 주제로 토론 패널로 나서 전문가로의 의견을 냈다.
다양한 주제 가운데 ‘미국 기업의 캐나다 진출이 캐나다 소매업에 미칠 영향’이란 토론 주제가 관심을 끌었다. 올해 초 미국 대형 할인체인점 ‘타켓(Target)’의 캐나다 입점이 확정된데 이어 제이크루, 콜(Kohl) 같은 유명 브랜드가 잇따라 캐나다 진출을 선언했거나 그럴 것이란 루머가 돌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토론에 참석한 패널 4명은 “이미 게임은 시작됐다. 캐나다 소매상인들은 최상의 품질∙서비스∙가치를 내걸고 만반의 태세로 싸움에 임하는 수 밖에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릭 아만티(Amantea) 파크로얄 쇼핑센터 부사장은 요즘 소비자의 소비 패턴을 분석했다. 아만티 부사장은 “2007년도엔 힐튼가 상속녀, 패리스 힐튼이 대표하는 과시와 럭셔리, 무분별적인 소비가 주를 이뤘다면 2011년에는 할리우드 배우 나탈리 포트만처럼 품질을 중시하고 브랜드 자체보다 제대로 된 제품을 좋은 가격에 사려는 똑똑한 소비가 주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샤넬 자켓과 갭 청바지를 같이 입어 실용성을 높이는 추세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바뀐 패턴은 이 뿐만이 아니다 .패션이 포함하는 범위는 옷만이 아니라 와인, 전자제품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아만티 부사장은 “밴쿠버는 기본 생활비용이 높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매우 한정된 소비를 한다. 미국 브랜드까지 더해져 소비의 폭이 넓어진다면 각 소매점은 더욱 치열하게 소비자를 잡기위해 노력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두번째로 발언권을 얻은 스캇 리 노스웨스트 아틀란틱 사장은 미국 기업이 캐나다로 진출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캐나다는 ▲ 소매업 경쟁이 덜하고 ▲외국 확장지로써 적합하며 ▲ 경제가 안정적이다.
캐나다는 가족 구성원 수가 줄고 민족의 다양성이 증가하며 인구는 나이가 들고 있다. 리 사장은 이러한 소비자 분석을 잘 해야 살아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리 사장은 “미국기업 때문에 소비패턴을 변하지는 않겠지만 경쟁은 심해질 것”이라며 “캐나다 소매업자들은 눈길을 끄는 상품을 준비하고 고객 친절도에 신경쓰는 등 미리 준비를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기업의 캐나다 진출도 난관은 있다. 입점할 노른자 점포를 찾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릴 슈미츠 쇼핑센터 캐딜락 페어뷰 부사장은 “캐나다 쇼핑몰은 공실률이 매우 낮다. 게다가 쇼핑몰 갯수는 미국보다 39%나 적은데 평방피트당 판매 수익은 45%나 높다”고 말했다. 테레스 카이른스(Cairns) 리테일 프로퍼티그룹 부사장은 “최근 다운타운 주요 자리마다 입점하려는 미국 기업 때문에 임대 경쟁률이 최고로 치열해졌다. 미국의 유명 브랜드 입점을 기다렸던 소비자나 점포를 임대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좋은 소식”이라고 밝혔다.
이번 토의를 이끈 것은 소매자영업자체인 쉘프 스페이스의 마크 스타트업 회장이었다. 스타트업 회장은 패널 대부분이 쇼핑몰 관리회사 중역인 점을 노려 “캐나다 업자들에게 경쟁력을 키우기위해 임대비 할인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생각은 없나”라고 물어봤지만 패널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만티 부사장은 “당장 지출이 얼마 줄어드는 것이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 거대한 미국 기업을 대비해 상품과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편이 장기적으로 낫다”고 밝혔다.
한혜성 기자 Helen@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