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취득세' 도입에 따른 후폭풍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캐나다 공영방송 CBC에 따르면 이른바 '큰손'보다는 밴쿠버에 실제 정착하고자 하는 예비 이민자들이 더욱 당혹해 하는 모습이다. 지난 봄 새스케처완 대학을 졸업한 중국인 유학생 출신 징 리(Li·29세)씨도 이들 중 한 명이다.

CBC는 “리씨는 대학 졸업 후 캐나다에 계속해서 머물기로 결심했고, 정착지로 BC주 랭리를 선택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외국인 노동자 신분인 그녀는 올 7월 중순, 즉 외국인 취득세가 기습 도입되기 약 2주 전에 랭리에 위치한 56만달러 상당의 타운하우스를 사기로 마음 먹고 계약까지 마쳤다. 계약금은 중국에 있는 부모로부터 빌린 것이었다.

하지만 리씨의 '캐나다 드림'은 외국인에 한해 주택 취득세를 15% 추가 부과하겠다는 BC주정부의 발표 이후 급격히 틀어졌다. 리씨는 같은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외국인 취득세로 인해 8만4000달러의 세금을 더 내게 생겼다”며 “이는 나로선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털어놨다. 문제는 관련 매매를 취소할 경우, 계약금 5만6000달러를 고스란히 날려야 한다는 점에 있다. 한마디로 진퇴양난인 셈이다. 

리씨는 “애초의 계약금도 부모가 다른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빌려 마련한 것”이라며 “더 이상은 부모에게 손을 벌리기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또한 “캐나다에서 공부하는 걸 원하지 않았다면, 이곳에서 일하고 정착할 꿈을 꾸지 않았다면 우리 가족에게 이 같은 재앙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일종의 죄책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