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글로벌 집값 폭락을 주도했던 홍콩,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 등의 주택가격이 반등했다. 지난해 15.6% 폭락했던 홍콩은 1월부터 세달 연속 집값이 상승했다. 코로나로 인한 관광중단 사태가 해소됨에 따라 중국 본토의 수요회복과 경기 회복기대감 등이 작용한 것이다. S&P 글로벌 레이팅스는 올해 5~8% 반등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홍콩 집값이 2023년까지 2021년 말 고점 대비 최대 30% 폭락을 전망했다.
◇폭락에서 상승으로 전망 긴급 수정
고점 대비 14% 하락했던 캐나다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5월 주택 가격 지수(HPI)는 전월 대비 2.1% 상승했고 주택 판매량은 전월 대비 5.1% 증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캐나다 최대 도시인 토론토의 주택 가격(계절 조정)은 5월 3.2% 상승했다”면서 “2022년 2월 시장이 정점을 찍은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토론토의 경우 기준 가격은 2월 이후 이미 6.8% 상승했다.
금리인상으로 지난해 7% 정도 집값이 떨어진 호주도 주택시장이 반등하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코어로직의 주택지수는 5월 1.2% 오르는 등 세달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코어로직은 당초 호주의 집값이 올해 10%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최근 시장 상황을 반영, 4% 상승으로 전망치를 수정했다.
금리인상으로 17% 폭락했던 뉴질랜드도 4월 전달 대비 0.3% 올랐다. 한국도 한국부동산원의 실거래 가격지수 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는 1월, 수도권과 전국은 2월부터 상승세로 전환했다. 뉴질랜드, 캐나다, 호주, 한국 등은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다. 이때문에 금리인상에 취약, 주택가격 하락폭이 크고 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골드만삭스는 전망했었다.
◇미국 서부는 폭락, 동남부는 급등
2022년 6월부터 2023년 1월까지 7개월 연속 하락했던 미국의 경우, 케이스-실러 주택가격 지수가 2월과 3월 모두 상승했다. 3월 지수는 2022년 6월 정점보다 3.6% 낮은 수준에 불과하다. 3월 조사에서 미국 동남부지역 마이애미가 전년 대비 7.7%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탬파(+4.8%)와 샬럿(+4.7%)도 강세이다. 집값이 급등한 지역은 좋은 기후, 낮은 세금 등으로 이주자가 급증한 지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 서부의 시애틀(-12.4%)과 샌프란시스코(-11.2%)은 낙폭이 크다. 재택근무 확대 등으로 주택가격이 저렴한 지역으로 이주하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집값이 급락했다. 2020~2022년 38% 폭등했던 미국 집값은 당초 폭락 전망도 있었지만, 소폭 조정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기존 주택 판매와 신규 주택 판매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6월 기준 금리 동결을 발표하면서 “이제 주택 가격이 바닥을 찍고 약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은 보고서에서 “미국 주택 시장이 펀더멘털을 회복하려면 19.5%의 하락을 경험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소폭 하락 조기 반등론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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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색해진 폭락 예측, 도대체 왜?
글로벌 집값이 상승세로 전환한 것과 관련,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상당수 경제학자들은 폭락할 수 있다고 봤지만, 주택 가격이 2019년 수준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20년, 2021년 코로나 봉쇄로 인한 경기침체를 막기위한 저금리 정책으로 집값이 폭등했다. 작년부터 본격화된 금리인상으로 2008년 리먼쇼크처럼 집값 폭락 가능성도 거론됐다. 이 잡지는 “금리 인상으로 인한 주택 가격 폭락으로 내 집 마련을 꿈꿨던 MZ세대들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금리상승에도 글로벌 주택시장은 예상보다 빠르게 안정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08년 리먼쇼크이후 미국은 20%, 아일랜드는 50%까지 집값이 폭락했으며 침체기도 길었지만 이번 하락장은 조기에 종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집값 조기 반등의 비밀은 금리, 공급감소, 이민
집값 조기 안정화의 이유는 뭘까. 첫째 금리 인상의 중단이다. 미국의 모기지 금리는 2020년 2%대까지 내렸다가 작년말 7%까지 급상승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모기지 금리가 하락세이다. 캐나다와 호주의 주택 가격 상승세는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중단 시기와 일치했다. 골드만삭스는 주택 공급 부족, 펜데믹기간의 초과 저축과 가계부채 감소, 이민의 증가 등을 조기반등의 원인으로 꼽았다. 미국의 경우, 모기지대출이 대부분 고정금리여서 금리인상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았다. 반면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는 대부분 주택담보 대출이 변동금리여서 금리인상의 충격이 크다. 그런데도 이들 나라의 집값이 조기반등하는 것은 코로나로 중단됐던 이민의 재개가 주택수요 회복을 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는 리먼쇼크때와 달리, 금융위기로 전이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시장안정에 기여하고 있다.
◇ 더블딥 가능성 없나
지난해 3월 기준 금리 인상에 시동을 건 미국 연준이 6월 5.25%의 금리를 동결시켰다. 연내 2차례 정도 금리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물가 상승률이 낮아지고 있어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도 있다. 금리인하는 주택시장의 호재가 될 수 있다.
그래픽=백형선
하지만 낙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경우, 상업용부동산의 부실로 인한 금융기관 연쇄 파산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미국의 1분기 오피스 공실률이 12.9%로 치솟으면서 오피스 대출이 많은 중소 은행 위기설이 나돌고 있다. 미국은 코로나이후 재택근무가 정착되면서 오피스 공실률이 높아졌다.
금리 리스크는 여전하다. 미국 연준이 6월 금리인상을 중단했지만, 향후 물가가 오르면 추가적인 금리인상 가능성도 있다. 금리를 동결했지만 2020년이전의 초저금리로 되돌아 가기는 어렵다. 한국은 역전세대란의 확산 가능성이 최대의 변수이다.
일부에서는 디블딥(double dip)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2008년 리먼쇼크이후에 한국의 집값은 급락했다가 급반등후 장기 침체하는 이른바 ‘더블딥’ 현상이 발생했다. 호주의 루이스 크리스토퍼 SQM 리서치 상무이사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호주 주택 시장의 더블딥 침체 가능성이 60% 이상으로 높아졌다”면서 최근의 주택 가격 회복이 가짜 반등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전히 금리가 높고, 경기침체로 인한 실업률 상승 등으로 하반기 주택가격 하락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