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고금리 정책이 장기화되면서 모기지 갱신을 앞둔 주택 소유자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약정 기간(term)이 더 긴 모기지 상품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데스자딘스(Desjardins)의 지미 진(Jean) 수석 경제학자는 13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캐나다에 10년 만기 상품을 비롯해 지금보다 더 많은 모기지 옵션이
있었다면, 주택 소유자가 모기지를 갱신할 때 재정적인 부담을 덜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현재 캐나다의 모기지 시장은 약정 기간이 5년 이하인 단기 계약 상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실제로 데스자딘스에 따르면 캐나다 모기지 상품의 절반가량이 5년 만기 고정금리 상품이며, 나머지는 5년 미만의 고정금리 혹은 변동금리 상품이 차지하고 있다. 이는 30년 만기 모기지 상품이 일반적인 미국과는 대조를 보인다.
이에 대부분의 캐나다 주택 소유자들은 지금과 같은 고금리 시대에 재정적인 타격이 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중앙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2021년 5월만 해도 6대 캐나다 은행의 3년
고정금리 모기지 상품 평균 이자율은 3.49%였지만, 현재
같은 상품의 이자율은 6.99%에 이르고 있다.
진 경제학자는 “이는 고금리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고 하는 주택 소유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제한적이라는 뜻”이라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캐나다인들은 다른 국가의 사람들보다 더 많은 금액을 부채 상환에 지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에서 단기 약정 기간의 모기지 옵션이 널리 보급된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980년대 이후 모기지 이자율은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추세였기 때문이다. 1981년만
해도 3년 고정금리 모기지의 평균 이자율은 18.75%에
달했다.
즉, 이전에는 모기지 이자율이 미래에 더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에 주택 소유자 입장에서는 약정 기간이 짧은 모기지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했다는 뜻이다.
이에 진 경제학자는 “10년 이상의 모기지 고정금리 상품이 보급됐었더라면
대부분의 주택 소유자들은 고금리 장기화 사태에서도 재정 관리를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현재 모기지와 관련한 법률과 시스템이 너무 낙후되어 있어서 이를 개선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와 중앙은행이 나서 모기지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상호 기자 ssh@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