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 초에 시간표를 짜다 보면 듣고 싶은 과목의 정원이 다 찼거나, 다른 전공 과목 시간과 겹쳐 수강신청을 못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하지만 내가 배우고 싶은 과목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UBC에서는 학생이 배우고 싶은 과목을 직접 개설하여 공부할 수 있는 ‘학생 주도 세미나(Student Directed Seminar: SDS)’ 제도가 있다. 


3학년 이상 재학 중인 학부 학생들 가운데 본인이 흥미 있는 과목주제를 스스로 개설하여 공부하고 학점을 받을 수 있도록 짜여진 제도다. SDS는 1999년부터 UBC에서 제공되기 시작했고, 캘리포니아-버클리 대학의 SDS를 모델로 삼아 개설됐다.


과목을 만들고자 하는 학생은 학생 진행자(student-coordinator)가 되어 과목의 범위, 구성, 수업 활동, 점수 평가 방법 등 그 과목의 전반적인 틀을 짜게 된다. 하지만 학생 진행자가 선생님의 역할을 맡는 것이 아니라, 모인 학생들끼리 협동 학습과 후원 교수 및 초청 강연 등을 통해 수업이 이루어진다.  


학생 진행자가 되기 위해서는 만들고자 하는 과목 분야의 교수를 찾아가 후원 교수가 되어 달라고 부탁을 해야한다. 후원 교수는 매 수업마다 참석하지 않지만 과목을 디자인할 때 조언을 해주고, 학습 자료를 추천해 주는 지도자 역할을 맡는다. 또한 학생들의 프로젝트나 에세이를 읽고 의견을 제시하며, 학기 말에 학생들의 점수를 학교 측에 제출하는 책임도 주어진다. 


후원 교수와 함께 과목 개요를 작성해 SDS 위원회(SDS Advisory Committee)에게 최종 승인을 받게 되면 3학년 이상의 과목으로 인정되어 그 과목의 과(department)을 통해 교실 예약, 도서관 책 예약, 인쇄 및 필요한 자료를 구하기 위한 자금을 받게 된다. 그 후, 과목 신청 기간 전에 일반 학생에게 학생서비스센터 웹사이트, 개인적인 인맥이나 과전체 메일, 그리고 UBC 알림장 등으로 알려진다. 성공적으로 과목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8명 이상의 학생들이 과목신청을 해야 한다. SDS 과목개설은 3학년 이상 누구나 자격이 주어지지만, 실제 개설 인원은 15명으로 학생 수가 제한되어있기 때문에 따로 인터뷰나 지원서 절차를 이행 해야할 수도 있다. 


학생 진행자가 되면 장점이 많다. 교수들과 가깝게 일하고 수업을 진행하는 특별한 경험을 쌓을 수 있고, 그냥 참여하는 학생들도 작은 규모의 클래스에서 수업을 받으며 프레젠테이션 및 지역사회실습을 나가는 등 색다른 교육 방법을 통해 그 과목 주제에 대해 깊이 알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


학생들이 직접 만드는 과목인 만큼 SDS을 통해 열리는 과목은 기발하고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올해 개설되는 과목 중에는 ‘유엔과 외교술(UN and Diplomacy)’, ‘공상과학 소설과 성의 초월(Transgressive Sexuality in Science fiction)’, ‘한국 정치의 문제점(Issues in Korean Politics)’ 등이 있다.


지난 2007년도의 ‘건강에 대한 관점(Perspectives on Health: From Local to Global)’ 세미나 과목의 후원 교수를 맡은 프랭키쉬 교수(Dr. Jim Frankish)는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자기의 교육을 책임을 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또한, 스스로 흥미를 느끼는 주제를 공부하는 분위기이다 보니 모두 활발하게 참여하는 즐거운 시간이였다고 했다.  


후원 교수 섭외와 과목 개요 작성은 매해 5월 말까지 마쳐야 한다. 더 자세한 일정은 SDS 프로그램의 웹사이트 learningcommons.ubc.ca/get-ahead/student-directed-seminars를 통해 알  수 있다.


* 올해 주최되는 SDS 과목 목록:

learningcommons.ubc.ca/get-ahead/student-directed-seminars/current-cours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