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와 토론토 등지에서 투기 목적으로 콘도를 산 뒤 바로 팔아 넘겨 이득을 챙기는 ‘전매(Flipping)’가 실제로는 집값 급등을 부채질하는 주범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테라넷의 토지 및 주택 등기부에서 수집한 자료에 따르면 올 2분기(4월-6월) 사이 전매된 밴쿠버 콘도의 3.4%에 불과했다. 또한 지난 1년간에도 평균 2.9%에 지나지 않았다.
밴쿠버에서 주택 시장의 열기가 뜨거웠던 지난 2016년의 경우 구입 후 1년 새 주인이 바뀐 콘도 유닛은 전체 거래건수 대비 5%선이였다. 전매는 10년 전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6%로 정점을 찍었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줄고 있었다.
토론토의 경우 지난 2분기동안 팔린 전체 콘도 중 전매를 통한 투기성 거래는 단지 1.7%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 2008~2009년 금융위기 당시 5%에서 크게 낮아진 비율이다.
2016년과 2017년 초반까지 토론토와 밴쿠버 집값이 치솟아 오르자 이같은 가격 폭등의 주범으로 국내외 투기꾼들이 지목되면서 눈총을 받았다.
이에 따라 BC주는 2016년, 온타리오주는 지난해 외국인에 대해 주택 구입가의 15%에 달하는 세금을 부과하는 ‘외국인 주택취득세’라는 강력한 투기 규제 조치를 도입했다. 밴쿠버는 올들어 이를 다시 20%로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이번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투기성 거래 비율은 5%를 넘지 않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BC주와 온주 정부의 이같은 규제 조치가 실제로 부동산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해석했다.
전문가들은 또한 지난해 중반부터 밴쿠버와 토론토 주택시장에서 과열 현상이 가라앉은 이유로 연방정부의 새 모기지 규정을 지목했다.
지난해 대폭 강화된 모기지 스트레스 규정은 대출 신청자에 대해 소득에 근거해 상환 능력을 입증 받도록 했다. 이후 심사 과정에서 탈락하는 대출자가 늘어났으며 반면 최종 대출금도 이전에 비해 20%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테라넷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 새 밴쿠버와 토론토의 주택 가격은 두 배나 급등했지만 이에 편승해 주택시장에 뛰어든 투기자들의 비율은 미미한 수준에 그친 것으로 분석됐다.
밴쿠버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집값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수요에 비해 공급물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주택 시장이 조정 국면에 들어가면서 투기성 거래는 눈에 띄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그는 “지난 2분기동안 밴쿠버 콘도 가격은 평균 3.1% 하락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투기로 이득을 보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국 부동산협회(CREA)에 따르면 지난 9월 전국의 주택 거래 건수가 전달에 비해 0.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밴쿠버와 토론토는 물론 애드먼튼 등 전국 주요 주택시장에서 거래 감소세가 나타났다. 반면 지난 9월 전국 평균 거래가격은 48만7천 달러로 1년 전과 비교해 0.2% 올랐다.
김혜경 기자 khk@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