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한국만 집값이 반등한 것이 아니다.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지난해 20% 전후의 폭락세를 보였던 나라들도 상반기에 일제히 반등했다. 낙폭이 켰던 나라들이 먼저 반등하는 등 글로벌 주택시장은 신기할 정도로 ‘동조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뉴욕의 주상복합 건물, 지난해 금리가 치솟으면서 미국의 집값이 장기침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주택공급 부족 등의 이유로 다시 집값이 반등하고 있다.

당초 내년까지 집값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던 글로벌 전문기관들은 집값 예측치를 긴급 수정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023년 미국 집값 상승률을 2.2% 하락에서 1.8% 상승으로 긴급 수정했다. 호주도 코어로직이 당초 올해 10% 하락에서 4% 상승으로 전망치를 수정했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전 세계 주택 전문가 13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글로벌 부동산 가격 하락은 대부분 끝났으며, 주요 시장의 평균 주택 가격은 당초 예상보다 덜 하락하고 2024년에는 상승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올 초 전문가들은 모기지 금리 상승으로 인해 두 자릿수 가격 하락을 예상했으나 팬데믹 기간의 가계 저축 증가, 주택 공급 부족, 이민 증가, 금리 인하 가능성 등을 이유로 전망치를 수정했다. 세계를 휩쓴 고금리로 인한 집값 폭락론 대신 집값 조기 반등론이 힘을 얻는 이유는 뭘까?

■경제회복 본격화

주요 국가들의 집값 반등 이유는 뭘까.

첫째, 금리 정점론이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시작된 미국발 금리 인상이 연내 마무리되고 내년부터는 금리가 본격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했다. 금리 하락이 본격화되면 주택수요를 다시 늘릴 수 있다. 유가 급등 등으로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돼 금리 조기 인하가 어렵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금리가 정점에 근접한 것은 확실하다. 다만 최근 유가 급등 등으로 내년에도 고금리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해지면서 집값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둘째, 코로나 봉쇄가 풀리면서 외국 이민과 관광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다. 특히 중국인 이민, 유학생 수요가 집값을 좌우하는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는 이민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관광객들이 늘어나면 외국인 방문객이 많은 대도시 등을 중심으로 ‘에어비앤비’ 수요가 늘면서 주택가격 회복에도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 관광의 재개는 내수 회복 등 경제회복에도 도움이 된다.

셋째, 과거 집값 폭락기와 같은 경제 위기가 발생하지 않았다. 과거 급격한 금리 인상이 집값 폭락으로 이어진 것은 경제위기 탓이었다. 2000년대 저금리로 집값이 폭등했다. 2000년대 중반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집값 급락, 가계 연쇄부도, 금융기관 파산 등이 발생했다. 금융위기와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구조적으로 집값이 하락세를 그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현재 금리가 치솟았지만, 경제위기 발생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 실업률이 지난 4월 3.4%까지 떨어졌다. 이는 54년 만의 최저치이다. 금리가 치솟는데도 미국 등 주요 국가의 경제가 버티고 있는 것은 팬데믹 기간 동안 외부활동이 제한되면서 가계저축이 크게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

■코로나 봉쇄로 인한 주택공급감소

집값 급반등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주택공급의 부족이다. 보통 집값이 폭등하면 주택이 과잉공급될 정도로 지어지고 이게 폭락의 뇌관이 된다. 그런데 팬데믹 기간 저금리가 초래한 집값 폭등에도 주택공급은 제한적이었다. 코로나로 인한 경제봉쇄로 원자재 품귀현상과 가격 폭등, 인력 부족 등으로 건설공사가 멈춘 것이 원인이다.

미국의 경우, 연 평균 136만가구 정도 주택이 공급되는데 2006년 부동산 호황기에는 연간 200만 가구 이상 공급됐다. 리먼쇼크라는 금융위기와 겹치면서 공급 과잉이 집값 폭락의 도화선이 됐다.

반면 팬데믹 집값 폭등기인 2020년 138만가구, 2021년 160만가구에 그쳤다. 미국의 연구기관들은 미국이 500만채 정도 재고가 부족한 것이 집값 반등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집값이 반등한 캐나다, 스웨덴, 호주 등도 팬데믹 기간에 주택이 많이 공급되지 않았다.

반면 공급은 늘지 않았지만 수요는 늘었다. 팬데믹 기간을 거치면서 재택근무가 일상화된 미국, 유럽에서는 좀 더 넓고 쾌적한 주택에 대한 수요를 늘렸다.

■한국은 공급 반토막론?

한국도 외국과 마찬가지로 주택공급의 감소가 집값을 조기반등시킨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 주택공급량(인허가 기준)은 평균적으로 연간 52만가구이다. 2015년과 2016년에는 각각 76만과 72만 가구까지 급증했다. 집값이 폭등한 2020년에 정부 규제로 45만가구까지 줄었다가 2021년 54만가구로 늘어났지만, 2022년 52만가구로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인허가 물량은 전년 대비 27%, 착공 물량은 50% 감소했다. 연말 인허가 물량이 40만가구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의 주택공급이 회복되지 않은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원자재, 인건비 상승에다 중대재해법과 HDC현대산업개발 아파트 붕괴사고, LH 주차장 붕괴 사고의 여파로 ‘빨리 빨리’ 공사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건축비가 구조적으로 한단계가 상승하고 공사기간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3기 신도시 개발 일정이 지연되는 등 신도시 개발을 통한 주택대량공급도 쉽지 않다. 정부가 추석전 공급확대 대책을 발표했지만, 효과에는 의문이다.

■금리 다시 치솟으면?

내년에도 금리가 하락이 아니라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가가 다시 치솟으면서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한 인터뷰에서 "금리가 3%에서 5%로 오를 때보다 5%에서 7%로 인상하는 것이 훨씬 고통스러울 것"이라며 "전 세계가 금리 7%에 준비가 돼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의 전망처럼 금리가 내년에도 치솟을 경우, 경기침체는 물론 예상치 못한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공급이 아무리 줄어도 경기침체와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수요는 더 빠른 속도로 감소할 수 있다.

/차학봉 땅집고 기자 hbch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