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트로 밴쿠버의 임대 시장이 향후 공실률 증가에도 불구하고 임대료 상승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캐나다 모기지 주택공사(CMHC)가 20일 발표한 최신 전망에 따르면, 밴쿠버의 연간 공실률은 2024년 1.6%에서 2025년 2.1%로 오르고, 2027년에는 2.9%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일반적으로 공실률이 오르면 임대료는 내려가지만, 메트로 밴쿠버의 경우 이러한 공식이 적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CMHC는 2베드룸 아파트의 평균 렌트비가 작년 2314달러에서 올해 2461달러로 오르고, 2027년에는 2758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메트로 밴쿠버에는 역대급으로 많은 신규 주택이 건설 중이다. 문제는 이들 신규 주택이 자재비, 인건비 상승에 따른 건설 비용 증가에 따라 향후 높은 임대료로 책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정부가 임대 전용 주택 개발을 장려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대다수의 신규 주택은 ‘고급 임대주택’ 위주로 개발되고 있어 결국 전체 평균 임대료를 끌어올릴 것이란 분석이다. 또한 점유 중인 주택과 신규 공실 주택 간 임대료 격차도 전체 평균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기존 세입자는 연간 임대료 인상률 제한 덕분에 비교적 낮은 임대료를 유지하고 있지만, 신규 입주자의 경우 시장 가격을 반영한 높은 임대료를 부담해야 한다. 이로 인해 신규 공실이 발생하는 주택의 임대료가 전체적인 평균 상승을 견인할 것이란 결론이 나온다. 다만 연방정부의 이민 정책 변화로 비영주권자의 유입이 줄어들면서 앞으로 임대 수요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CMHC의 시바 모슈타리 도우스트(Doust) 경제 전문가는 “임대 수요가 감소하면 신규 임대료 상승 압박이 약화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기존 주택과 신규 공실 주택 간 임대료 격차가 줄어들면서 주거 이동성이 반짝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미국의 관세 부과가 향후 밴쿠버 임대 시장에 미칠 영향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UBC 소더 경영대학원의 톰 다비도프(Davidoff) 부교수는 “미국의 높은 관세는 캐나다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건설업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이로 인해 향후 몇 년간 신규 주택 공급이 감소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통상 신규 주택 공급이 위축되면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다른 전문가들도 “단기적으로는 임대 시장에 즉각적인 변화가 나타나지는 않겠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공급 부족으로 인해 임대료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희수 기자 chs@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