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이야? 화장실이야? 화장실이 거실 뺨 친다. 욕실을 '건식' 시공한 뒤 나무 바닥 위에 카펫까지 깔았다. 서울 논현동 '아메리칸 스탠다드' 쇼룸에 가면 최첨단 욕실 트랜드를 구경할 수 있다.

욕실이 단순 ‘배설공간’이 아니라 ‘청결·위생 공간’으로 자리잡은 지는 오래. 하지만 한국인들은 욕실에 훨씬 더 많은 것을 바라고 있다. 미국에 본사를 둔 욕실업체 ‘아메리칸스탠다드 코리아’가 최근 30평 이상 주택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을 면접 조사한 결과, 욕실이 ‘휴식의 공간’, ‘나를 대접해주는 공간’, ‘예술적인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점차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교통부가 예상하는 2006년 리모델링 건수는 전년보다 30만건 늘어난 150만 가구. 인테리어 디자이너 김영자(가우스건축 차장)씨는 “욕실이 2개인 집이 늘면서 하나는 최소한의 ‘화장실’로 남고, 다른 하나는 세련된 휴식 공간으로 넓어지면서 ‘양극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수납장 위에 테이블 얹어 놓은 듯한 '탑볼(top bowl)' 세면대.

욕실을 ‘예술적인 휴식처’로 꾸미려면 어디부터 어떻게 바꿔야 할까. 지난달 아메리칸스탠다드가 주최한 ‘상하이 배스룸(Bathroom) 콜렉션 쇼’에서 유명 산업디자이너 마크 새들러가 발표한 ‘2006 세계 욕실 인테리어 트렌드’를 바탕으로 살펴봤다.

욕실을 방처럼

욕실 리모델링의 첫 단계는 ‘욕실도 방’이라는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전환이다. 욕실도 방만큼 넓어야 하고 욕실 용품들은 서로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

일단 욕실을 넓히면 다양한 실험이 가능해진다. 욕조-세면대-변기 순의 ‘아파트 화장실 규격’에서 벗어나 대형 월풀 욕조를 가운데 떡 놓는다든지, 세면대 옆에 파우더룸을 같이 배치하는 식이다. ?샤워부스만 습식으로 시공하고 나머지는 건식시공을 하면 욕실 분위기는 더 ‘방 다워’진다. 도자기 타일 대신 세련된 금속타일 시공도 가능하고 나무 바닥 깔고 원목 책장을 놓을 수도 있다. 수납장 위에 대야를 얹어 놓은 듯한 ‘탑볼(top bowl)세면대’가 인기인 것도 같은 이유다. 레드·오렌지 등 상큼한 컬러 아크릴로 한쪽 벽면을 꾸미는 것도 인기다.

▲ 최근에는 부부 욕실에 변기를 2개 마련하기도 한다. 기능을 깔끔하게 숨긴 '히든 인텔레전스' 디자인

절수·납 제거 등 친환경 시스템

올해엔 색이 들어간 변기나 화려한 금색 수도꼭지가 아니라 욕실 본연의 색 ‘화이트’와 ‘실버’ 제품이 대접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사각형보다는 과거 대세였던 라운드형이 다시 인기. 기능은 업그레이드 됐다. 수돗물 속 납을 제거하거나 수온(水溫)의 높이를 제한하는 수도꼭지, 물 5?만으로도 (보통12?) 물내림이 가능한 절수형 변기 등이 최근 출시됐다.

집안으로 들어온 스파

한국 사람들이 욕실에서 보내는 평균 시간은 하루 55분(2005년 한국리서치 조사). 업계에서는 “욕조나 샤워기의 ‘마사지 기능’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욕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곧 하루 1시간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샤워헤드가 머리 위에서 물을 수직으로 뿌려주는 ‘해바라기형 샤워기’가 인기인 것도 결국 샤워기로 ‘전신 마사지’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샤워 후 스팀이 뿜어져 나와 몸을 말려주는 샤워 부스도 차츰 인기를 끌면서 욕실에서 머무는 시간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욕실 전체를 100% 새하얗게 꾸미는 것이 유행. 한편 벽 한 면만 강렬한 원색 아크릴 처리하는 디자인도 인기다.

더 특별한 욕실을 갖고 싶다?

디자이너 마크 새들러는 “현재 유럽에선 ‘기능을 숨긴 디자인(hidden intelligence)’이 인기”라고 말했다. ‘빌트인(built in)’ 가구 개념이 욕실에 적용된 것이다. 양변기의 물 내림장치를 벽 속으로 감추거나 세면대 배수관을 벽 속으로 숨기는 식이다. 욕조를 바닥 아래로 매립하기도 하고 타일 속 공간을 뚫어 서랍을 달기도 한다. 욕실 안에 정원을 꾸미거나 오디오를 설치하면 더 확실한 ‘나만의 휴식처’를 얻을 수 있다.

(사진제공=아메리칸 스탠다드)

상하이=류정기자 wel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