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은 늘어나고 있는데 선뜻 사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어요. 대부분의 구매 희망자들이 지금보다 주택 가격이 더 빠질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부동산 중개사 A씨의 하소연이다. 주택 시장이 구매자 중심으로 재편된 이후 집주인을 포함한 이해 관계자들의 한숨 소리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또 다른 중개사 B씨는 “구매자 중심 시장이 되었다는 ‘사실’은 지금이야말로 주택 구입에 나설 적기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한다. B씨는 “구매자들이 판매자들의 호가를 너무 의식하는 것 같다”며 “얼마든지 가격 흥정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콘도를 중심으로 가격이 큰 폭으로 내렸다는 게 B씨의 전언이다. B씨는 “콘도 물량이 워낙 많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에, 판매자들이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확실히 콘도 시장의 진동이 가장 크게 느껴진다. 올해 6월 발표된 TD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밴쿠버 지역 신규주택 중 75%가 콘도였다. TD은행은 “이 물량이 제때 소화되지 못하면서 지금의 가격 하락을 초래했다”며 “향후 2,3년간 밴쿠버와 토론토 지역 집값이 콘도를 중심으로 최소 15%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 같은 수치가 현실화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적어도 구매자 입장에서는 가격 흥정을 위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스코샤은행도 집값이 떨어질 거라는 입장이다. 이 은행은 “전국 집값이 2014년까지 평균 10%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높은 밴쿠버나 토론토 지역 주택시장의 하락폭은 이보다 더 높을 수 있다.

반대 목소리도 있다. 지난 7월 부동산 중개업체인 로열 르페이지의 필 소퍼(Soper) 대표는 “일부 지역의 가격 조정이 장기화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80년 이후 캐나다 주택 시장이 장기 침체를 경험한 것은 흔치 않았다는 게 소퍼 대표의 주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열 르페이지 또한 올 연말까지 밴쿠버 지역 평균 집값이 전년 대비 6.5% 떨어질 거라고 점쳤다.

BC부동산협회(BCREA)는 “주택시장의 침체는 일시적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BC주의 인구 증가율과 낮은 모기지 부담 등을 고려하면 반등 요인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