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주택 구매자 뿐 아니라 판매자의 고민 역시 깊어진 모습이다. 지금 집을 팔게 될 경우 비교적 큰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겠지만, 이후의 거주 공간을 찾는 게 숙제로 남기 때문이다.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메트로 밴쿠버 주택 시장의 숨은 속사정이다.

부동산업체 리맥스(Re/Max)는 최근 발표된 올 1분기 결산 주택 시장 보고서를 통해 “메트로 밴쿠버의 경우 집주인들이 집을 내놓는 것 자체를 꺼려하고 있다”며 “집을 사려는 사람들 간의 치열한 구매 경쟁이 그 원인”이라고 전했다. 집을 파는 순간 이 같은 구매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을 판매자 역시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주택 수요는 높은 가운데 집주인들마저 시장 참여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자 집값은 연일 최고가를 다시 쓰고 있다. 리맥스는 “밴쿠버에서는 저가부터 1000만달러 이상 초호화 주택까지 집에 대한 수요가 강하게 유지됐다”고 밝혔다. 이 결과 지역 평균 집값은 2015년 1분기 89만3180달러에서 올 1분기 110만33586달러로 1년 새 24%나 상승했다. 특히 밴쿠버시의 단독주택 평균가는 200만달러선을 넘어선 상태다.

이처럼 주택 시장을 점령한 광풍은 앞서 언급한 대로 구매자와 판매자의 태도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리맥스는 “과거에는 독신의 전문직 남녀 혹은 부부만이 콘도 구매에 관심을 가졌지만 지금의 사정은 달라졌다”고 말했다. 콘도와 단독주택 사이의 가격 격차가 커지면서, 자녀가 있는 가정도 콘도를 구입하거나 혹은 콘도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생애 첫 주택 구매자의 대다수가 콘도 입주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을 구매할 기회를 평생 얻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불안 심리는 콘도 시장을 키운 또 다른 동력이 됐다. 리맥스는 “현재의 콘도 물량은 시장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미흡한 수준”이라며 “콘도 소유자들이 다수의 구매 제안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결과 밴쿠버의 콘도 평균 가격은 대략 58만달러선까지 오른 상태다. 생애 첫 주택구매자들이 생각하는 콘도 구입 시작가는 이보다 훨씬 낮은 33만달러 수준이다.

이른바 다운사이징을 둘러싼 풍속도 또한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과거에는 자녀를 출가시킨 부부는 보다 작은 집으로 이사가는 경우가 흔했다. 하지만 리맥스의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콘도로 이사가거나 혹은 도시 자체를 아예 떠나지 않는다면, 살던 집에서 계속 거주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