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중앙은행은 8일 자체 월간 금융제도분석(FSR) 보고서를 내면서 가계 부채와 주택 시장 불균형이 지난 6개월 이상 심화해 캐나다 금융 제도에서 가장 중요한 취약점이라고 지목했다. 그러나 스티븐 폴로즈(Poloz) 캐나다중앙은행 총재는 “금융 제도 회복력은 유지하면서, 거시경제 상황은 계속 나아진다”고 판단했다.
국가적 걱정거리로 지목된 가계 부채 내용을 보면, 토론토와 밴쿠버 지역에서 늘어난 모기지 부채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중앙은행은 설명했다. 연방정부는 보험대상 모기지 시장에서 신용 저하를 막으려고 최근 조처를 했지만, 보험대상이 아닌 모기지 비중이 주택 가격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늘어나면서, 일부 모기지는 전보다 더 위험한 면을 보여주고 있다고 중앙은행은 평가했다. 모기지 관련 연방정부 추가 조처 필요성을 시사한 대목이다.
주택 시장 불균형은 주로 토론토와 주변부 가격 상승세를 타고 12월부터 성장하기 시작했다. 강한 경제 기반이 토론토와 밴쿠버 지역 집값 상승을 뒷받침해주고는 있지만, 추정 기대(extrapolative expectations)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중앙은행은 밝혔다. 추정적 기대란 특정 상품 가격을 놓고 상승·하향세에 대한 투자자 기대감을 의미한다. 집값이 계속 오르리라는 기대가 주로 토론토 지역을 중심으로 투기 심리를 조성했다는 점을 시사한 부분이다. 중앙은행은 거시안정적인 주택 정책이 지속해서, 이러한 약점을 누그러뜨릴 전망이라고 봤다.
중앙은행이 예상한, 두 가지 위험 시나리오로는 첫째 심각한 경기후퇴가 국외에서 발생하는 상황이다. 과거 미국발 신용경색과 후퇴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캐나다에서는 집값 조정이 전국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결국 캐나다 경제와 금융 제도가 영향을 받아, 실업률 상승과 가계 소득 감소로 이어지고 일부 가계를 채무 상환 불능으로 빠뜨릴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그러나 이러한 시나리오 실현 가능성은 “낮다”고 중앙은행은 밝혔다.
둘째는 토론토와 밴쿠버 주변부에서 상당한(significant) 주택 가격 조정이 일어나는 상황이다. 앞서 첫째 시나리오보다는 제한적인 현상으로, 이때는 광범위한 실업률 상승이나 기업 수익률 잠식은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중앙은행은 추정했다. 다만 중앙은행은 첫째 시나리오보다는 둘째 시나리오가, 충격이 덜한 선에서 현실화할 가능성은 더 크다고 보았다.
중앙은행은 국외 위험요인으로 중국발 경기침체로 세계적인 리스크 프리미엄이 높아지면서, 장기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는 상황을 지목했다. 이런 상황은 자원 가격 약세를 유지하는 원인이 돼, 자원 수출국인 캐나다 경제에는 불리하게 작용한다. 다만 캐나다가 그간 낮은 국제 유가에 적응했고, 자원생산 지역 가계와 기업도 자원 가격 약세가 주는 불리함을 거의 넘어서고 있다고 중앙은행은 보았다.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