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에 영국의 금융가인 토마스 그레샴이라고 하는 사람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실질가치가 큰 화폐(양화)와 실질가치가 작은 화폐(악화)가 똑같은 명목가치를 지닌 화폐로 동시에 유통되게 되면, 양화는 유통과정에서 사라지고 악화만이 계속 유통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를 그레샴의 법칙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처한 주택시장에서도 참고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지금 현재는 동일한 가격으로 매매가 이루어진다고 하여도, 실질가치가 큰 주택은 버리고 실질가치가 작은 주택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의 주택은 단독주택, 타운하우스, 저층 아파트, 고층 아파트 등을 모두 지칭하는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서 설명해 보기로 합니다. 2개의 주택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가정합니다. A라는 주택에서 살고 있는데, B라는 주택을 사려고 분양을 받아 놓았고, B의 잔금을 치르기 위하여 A라는 주택을 처분해야 되는 상황일 수 있습니다. 아니면, 현재 A라는 주택에서 살고 있는데 여러 가지의 이유로 B라는 주택으로 옮길 것을 고려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결정을 내릴 때, 향후의 가격이 A와 B 모두 동일하게 오르고 내린다면 그 결정에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앞으로 전개될 조정국면에서는 가격의 차별화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주택에 따라서 많이 그리고 길게 조정을 받는 경우도 있고, 적게 그리고 짧게 조정을 받을 수 있으며, 아니면 별다른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잘 선택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앞으로의 조정국면에서 훌륭하게 가격을 유지하는 ‘좋은 주택’을 버리고, 향후의 가격 행보에 있어서 불리한 ‘나쁜 주택’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상황상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결과는 자신의 손익에 귀결됩니다.
이러한 현상이 그레샴이 말한 경우와 동일한 것은 아닙니다. 그레샴이 말한 경우는,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는 양화는 자신이 보관하기 때문에 양화가 유통과정에서 자취를 감추고 악화만 계속 유통되는 상황을 말합니다. 즉, 양화는 가지고 있고 악화는 시장에 내놓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주택시장에서는 좋은 주택은 팔아 버리고 나쁜 주택을 구입 혹은 보유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양화 대신 악화를 선택한다’라는 표현이 옳을 것입니다.
어떤 주택이 좋은 주택이고 어떤 주택이 나쁜 주택인가에 대하여는 여러 요인을 고려해 보아야 합니다. 주택 자체의 좋고 나쁨도 있을 것이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선호하는 주택의 양상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일부 사람들 사이에서 좋은 주택으로 인식되고 있는 주택도, 시간이 흐르다 보면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