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에 일본인들은 북미와 유럽 등의 부동산을 대규모로 사들였던 적이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의 구체적인 문제점은, ①현지에서 통용되는 가격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②재금융을 통하여 조달한 자금으로 매집하였다는 점입니다. 달리 표현하자면, ①= 해외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일본에서 통용되는 투자기준을 해외에도 그대로 적용하였으며, ②=시장의 호황과 침체를 염두에 두지 않고 위험한 투자를 하였다는 것으로서, 이러한 내용은 필자가 공부하는 UBC의 부동산학과(Diploma in Urban Land Economics)의 교과서에도 실려 있습니다.
그런데 2000년대 중반에는 한국인들이 북미의 부동산을 대거 사들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주거용 부동산, 그 중에서도 콘도(타운하우스, 저층 아파트, 및 고층 아파트), 특히 신규분양하는 콘도를 대규모로 사들인 것 같습니다. 어떤 지역에서 신규로 분양하는 고층아파트의 70~80%를 한국인들이 매입하였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렇게 한국인들이 고층아파트 투자에 매달리는 이유는, 한국에서 고층아파트 가격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북미에서도 그러하리라는 추정에서 가장 크게 비롯되었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입니다. 그렇지만 고층아파트를 주택의 대표적인 형태로 인식하는 국가는 전세계적으로 한국이 거의 유일무이하다는 설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므로, 최근의 한국인들이 한국에서의 투자기준을 밴쿠버를 포함하는 북미지역에 그대로 적용하였다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렇게 신규분양을 받는 과정에서 재금융 기법을 원용하였다는 측면은, 과거의 일본인들의 투자양상과 비슷한 측면이 있습니다. 물론 여유자금으로 매입한 경우도 많겠지만,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의 재평가를 통한 추가 모기지(세컨드 모기지 등)로 분양대금을 납부한 사람들도 많다고 합니다. 그 콘도가 완공되면 차액을 남기고 판매한다는 계산 하에 시차를 두고 연속적으로 분양을 받기도 하였으며, 일부에서는 2008년 봄까지도 그렇게 위험한 일을 진행시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1990년대 초반에 일본의 경기가 침체되면서 문제가 발생하였습니다. 일본 부동산의 가격하락이 진행되면서 추가담보 혹은 일부 상환이 필요하자, 자산을 일부 처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일본인들의 해외 부동산이 현지 시세대로 매각되면서 투자손실이 수십억 달러를 넘었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이것이 과거에 일본인들이 겪었던 역사적 경험이자, 우리가 교훈으로 삼을 수 있는 부분입니다.
현재의 한국인들이 그러한 전철을 밟지나 않을까 필자는 심히 우려하고 있습니다. 일본인들이 과거 20여년 전에 보여주었던 투자패턴과 거의 비슷한 양상을 최근의 한국인들이 그대로 답습하였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고, 현재의 한국 경제상황이 그 당시의 일본과 유사하게 돌아가고 있지는 않나 하는 염려 때문입니다. 만약 그렇게 전개된다면, 여러 이유로 침체되어가고 있는 밴쿠버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인 측면으로 가세할 것이며, 아울러 교민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입니다. 아무쪼록 필자의 우려가 기우로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