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을 전후로 미국의 부동산이 일부 지역에서 조정국면을 보이기 시작하였으며, 그러한 양상이 전반적으로 확산되어 현재까지 어느 정도 하락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미국 부동산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도 많아 졌으며, 캐나다 달러의 강세와 어우러져 미국의 부동산을 실제로 구입하였다는 이야기도 듣고 있습니다. 필자에게도 그런 문제로 상담해오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필자는 그때마다 만류해 왔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미국 부동산의 가격이 ‘V’자형을 그릴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입니다.
특정한 상품시장에 외부의 부정적인 충격이 강하게 그리고 일시적으로 작용하면, 가격지표는 짧은 기간에 급격하게 하락하였다가 곧바로 회복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가격지표는 ‘V’자 모양을 그립니다.
현재의 미국 부동산시장에는 단기적인 외부충격이 가해진 것이 아니라, 장기적이며 근본적인 문제들이 터진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고, 그렇기 때문에 ‘V’자형을 그릴 것 같지는 않습니다.
둘째, 설령 ‘V’자형을 그린다고 할지라도 현재 수준이 하락폭의 어느 위치에 있는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상승하던 가격추세가 방향을 틀어서 추락하는 양상을 보이는 상품을 섣부른 판단으로 매수한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행위입니다. 바닥을 정확하게 포착하여 그 시점에서 매수하기를 모든 투자자가 바라지만, 막연한 짐작으로 그러한 행운을 잡을 확률은 지극히 낮습니다.
셋째, 경제가 회복된다고 하여 부동산 경기가 바로 살아나는 것은 아닙니다.
주택시장은 주식시장이 아닙니다. 주식시장은 경제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면 곧바로 가격이 상승하지만, 부동산시장은 그 반응이 느리며 지속적인 양상을 보입니다. 미국경기가 본격적인 침체기로 들어갔느니 마느니 하는 논란이 있는 현재의 시점에서 부동산 경기가 조만간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파종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추수하려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입니다.
넷째, 지금이 미국 부동산 장기침체의 초기국면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장기간에 걸쳐서 경제가 호황을 구가하였고, 부동산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투기적인 양상을 보였으며, 그 이후 가격하락과 아울러 금융기관의 파산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이러한 양상은 과거에 일본이 보여준 행보와 매우 유사하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입니다. 그 이후 일본의 부동산은 심각한 장기침체를 겪고 있는데, 미국의 부동산도 그러한 양상을 보이지나 않을까 하는 것이 필자의 우려입니다.
위와 같은 필자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미국 부동산 투자에 관하여 문의하는 사람들에게는 ‘떨어지는 칼날은 잡지 말라’는 주식시장의 격언을 단순하게 말해 주기도 하였습니다.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주식시장에서조차도 그런 일을 하지 말라고 하는데, 주택시장에서 그렇게 한다는 것은 더욱 무모한 투자라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