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의 부동산 가격이 2008년 상반기부터 하락하기 시작한 원인에 대하여 거의 모두 일방적인 의견을 가진 듯 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미국의 금융위기에 따른 세계적인 실물경기의 침체가 그 원인의 전부인 것처럼 말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토론토의 주택가격에 대하여는 어느 정도 맞을 수 있으나, 밴쿠버의 경우에는 다릅니다.
밴쿠버 주택가격이 하락한 근본적인 원인은 ①심각한 수급불균형, ②지나치게 높은 주택가격 및 ③사라진 가수요 등에 있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입니다. 수급불균형은 인구증가와 신규주택 착공건수의 추이를 비교해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수요와 공급이 심각한 불균형을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오른 이유는 투기적인 가수요가 작용하였기 때문입니다.
2010년 동계올림픽에 대한 막연한 기대에 힘입어 강력한 가수요가 발생하였고, 그 결과 밴쿠버의 주택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치솟아 올랐습니다. 특히 신규로 분양하는 고층 아파트에 대한 ‘묻지마’ 매수세력이 가세하였고, 분양가가 계속하여 올랐으며, 덕분에 타운하우스나 단독주택의 가격도 밀려 올라간 형국인 셈입니다.
그리하여 밴쿠버 지역의 소득수준에 합당하지 않은 가격이 형성된 것으로 필자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금리 상황을 감안한 몰기지 부담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에, 경기악화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기는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세계경기가 밴쿠버 부동산가격 하락에 어느 정도 기여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경기악화가 밴쿠버 주택가격 하락의 주도적인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더 큰 문제는 밴쿠버 주택시장 내부에 있습니다. 이제는 매수심리 위축으로 투기적인 가수요가 사라지고, 과잉공급된 주택의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서, 일부 주택에 대하여는 매수 공백이 발생할 정도입니다. 지금은 아파트, 특히 신규 분양한 고층콘도가 전체주택의 가격을 주도적으로 끌어 내리고 있는 듯 합니다.
지난 2004년 2월에 기고한 칼럼에서, 필자는 밴쿠버의 주택가격이 2007년 혹은 2008년까지 계속적으로 상승한 이후 조정에 들어갈 것이라는 예측을 공개하였습니다. 그 이후 2005년 12월의 칼럼에서도, 밴쿠버 주택시장은 여전히 상승추세에 있으며, 당분간 더 상승한다는 것을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하였습니다. 아울러, 고층콘도 분양받는 것을 자제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필자의 예상대로, 밴쿠버의 주택가격은 2008년 상반기에 조정에 들어갔고, 고층콘도의 상황은 더 심각해졌습니다.
필자가 그렇게 정확하게 밴쿠버의 주택시장을 예측하였던 것은, 금융위기가 그 시점에 발생하리라고 예상하였던 때문이 아닙니다. 밴쿠버 주택시장에 대한 기본적인 분석과 기술적인 분석을 통하여 도출한 결론이었습니다. 잘못을 남의 탓으로 돌리면 마음은 편하겠지만, 학습효과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