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처럼 내집마련에 대한 의지가 각별한 민족도 흔치 않을 것입니다.  셋방살이하면서 집 없는 서러움을 겪었기 때문일까요, 주택구입이야말로 최고의 투자수단이었다는 오랜 경험 때문일까요. 방 하나 세 주고, 대출 끼고 어떻게든 첫 집을 마련하고서 조금씩 집을 늘려 가며 부를 쌓았던 것이 전통적인 재테크 방법이었습니다.

오죽하면 “결혼은 선택이지만 내 집 장만은 필수”라는 말도 있었습니다. 작년에 대한상공회의소가 서울 및 광역시 거주자 7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결과에 따르면 “내집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는 의견이 80.7%로 여전히 절대 다수가  내 집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그 이유에 대해 응답자의 반 이상이 “심리적인 안정” 때문이라고 했다는 점입니다.  재테크 목적은 13.8%에 불과했습니다. 즉, 내 집 마련의 주된 목적이 재테크보다는 심리적인 안정임을 알 수 있습니다.

통계자료는 없습니다만 캐나다의 교민 역시 타민족에 비해 주택 구입율이 더 높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교민 뿐 아나라 몇 년 정도 체재하는 유학생 부모님들의 주택구입도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과거에는 한두해 쯤 렌트로 살아 보다 내집을 마련하는 것이 보편적이었으나 언제부턴가 구입시점이 많이 빨라진 듯 합니다. 잠시 민박하는 중에 집을 계약하는가 하면 주택구입을 위해 며칠 방문했다가 입주시점에 맞춰 가족과 함께 랜딩하는 경우도  이젠 드물지 않습니다.

임대방식에 있어 캐나다와 한국의 차이는 전세가 아니고 월세라는 것입니다.  또한 캐나다의 세입자는 주인 눈치 볼 일이 없습니다. 혹시 집에 문제가 생겨서 전화하면 주인은 즉시 수리해 주어야 합니다. 오히려 주인이 골치 아플 때가 많습니다. 세입자가 집세를 잘 안 낸다거나 집을 엉망으로 쓰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임대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할 때는 이러한 관리부담을 꼭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한국사람이 세입자로 선호되기도 합니다. 꼬박 꼬박 집세 잘 내고 집 깨끗이 쓰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렌트를 구하는 과정이 간단치 않고 마음에 드는 집을 찾기는 더 더욱 어렵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부동산중개인이 매매와 전세를 모두 취급하지만 캐나다에서는 매매만 다룹니다. 그래서 본인이 직접 지역신문이나 인터넷을 뒤지며 찾아 다녀야 하는 어려움이 따르는 것 입니다. 이러한 불편함 때문에 집을 서둘러 사기도 하고 남의 집 벽에 못 하나 박기도 부담스러워 집을 산다고도 합니다.

또 어떤 분은이렇게 말합니다. “월세는 날아가는 돈이다.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것이 이익이다. 왜냐하면 대출이자가 월세보다  훨씬 싸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용측면에서 본다면 집을 유지하기 위한 여러가지 비용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렌트로 살 때는 내지 않아도 될 재산세며 주택관리비에 화재보험료까지 게다가 집을 사기 위해 들어간 목돈을 다른 곳에 투자했다면 얻을 수 있었던 수익까지도 비용으로 감안한다면 사실 비용면에서는 별 차이가 없습니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2005년도 밴쿠버의 주택보유비용 대비 렌트 비율이 110.8%로 전년도 106.4%에 비해 소폭 증가 했습니다. 이 숫자는 타운하우스를 75%의 대출을 얻어 구입했을 때와 월세를 비교한 것으로 100이 넘으면 주택을 보유하는 것보다 렌트가 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비교하자면 렌트는 목돈 없이도 내가 원하는 기간만큼 편리하게 살 수 있고 유지보수에 대한 부담이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집 값이 오르는 것에 대한 불안함과 내 집이 없다는 데에 따른 심리적 불안정이 단점일 것입니다. 주택을 소유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은 설문결과처럼 심리적 안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입니다. 렌트로 살고 있는 분들은 고민합니다. 과연 언제가 집을 사기에 가장 좋을지. 정답은 없습니다만 굳이 답을 하자면 집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었을 때가 아닐까요. 주택가격변동이나 금리변동을 따지기보다는 말입니다.

통계자료(*) : Royal LePage, Statistics Canada, TD Economic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