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대상 사업계획은 완벽해 보였다. 1차대전과 2차대전 후 태어난 이들이 은퇴연령을 맞이함에 따라 1990년대와 2000년대 BC주 노인 인구는 급속하게 증가했다. BC통계청자료를 보면 지난 10년 사이 BC주내 65세 이상 인구는 33% 증가했고, 2036년에는 노인 인구가 146만명에 달할 전망이다.
대규모 은퇴로 보건과 주택분야에 막대한 수요가 발생한다는 경고는 지난 20년간 벽에 세겨진 경구였고, 최근까지도 유효해 보였다.

캐나다 전국 사업가들은 수십만 채의 은퇴자 전용 주택과 수용시설을 지어 막대한 은퇴인구로부터 수익을 창출하고자 했고, 이런 움직임이 건축 붐을 일으켰다.

퍼시픽 애버 리타이어먼트 커뮤니티스의 피터 개스킬(Gaskill)회장은 “1990년대 우리 사업은 정말 대단한 성장세를 만났었다”고 회고했다. 노인 주택과 관련 사업을 20년 해온 베테랑인 그는 “은퇴전용 주택을 농장이든 산꼭대기이든 간에 어디서나 지을 수 있었고, 입주자가 있으리라 믿었기 때문에 1990년대 우리는 사업이 잘못된다고 생각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잘못되기 시작했다. 비즈니스인 밴쿠버지와 공영방송 CBC가 공동조사한 결과,  건축붐은 BC주내 값비싼 노인 전용주택의 총체적인 과잉공급을 불러왔다. 공실률이 상승하면서 노인주택들은 법정관리 상태에 들어갔거나, 이미 노인이 사는 상황에서 새로운 주인을 찾는 상황을 맞이했다.

노인 복지를 민간분야에 맞긴 결과 보건 분야에서 탈이 났다. 정부 보조금으로 노인이 치료받으며 머물 수 있는 양로원에는 자리 부족 현상이 발생해, 수많은 노인이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다. 최근 BC 옴버즈퍼슨은 이런 민원을 주정부에 제기했다.

포트코퀴틀람 시내에 디 아스토리아 리타이어먼트 커뮤니티(The Astoria retirement community)는 이상적인 노인 주택처럼 보인다. 자체 웹사이트에 따르면 135개실을 갖춘 산악형 리조트로 사설극장을 포함한 풍부한 부대시설과 오성급호텔의 식단, 간호지원, 폭포와 함께 완벽하게 꾸며진 조경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3년간 휘슬러로 부터 영감을 얻어 지은 이 리조트는 대부분 비어있는 상태다.

지난달 써리의 2개 노인주택과 함께 온타리오주의 레저월드시니어캐어사(Leisure-World Senior Care Corp)에 1억2000만달러에 매각될 당시에 디 아스토리아의 입주율은 단 59%였다. 처음 건축할 때 은행 빚을 얻기 위해 제시한 사업계획서에 입주율 95% 또는 공실률 5%와는 큰 차이를 보이는 수치다.

BC주의 대형 노인캐어 업체인 리타이어먼트 컨셉츠(Retirement Concepts)사 아짐 자말(Jamal)사장은 “최근 완성된 여러 프로젝트를 보면 그들의 사업계획서 상의 예상 입주율보다 훨씬 떨어지는 실제 임대율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디 아스토리아만 유일한 사례가 아니다. 미션의 시더브룩 샤토(Cedarbrook Chateau)나 스쿼미시의 르네상스 리타이어먼트 레지던스(Renaissance Retirement Residence)는 지난해 입주율 54%를 유지하다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지난해에 문을 연 오소유스의 캑터스리지 리타이어먼트 레지던스(Cactus Ridge Retirement Residence)는 현재 1400만달러 오퍼를 받았다. 캑터스리지 관계자는 해당 시설의 입주율이 20%에도 못 미친다고 주장했다. 입주자를 모집하는 광고를 냈지만, 반응이 없었다고.

업계관계자들은 노인 주택 과잉 공급과 관련해 실제 인구통계를 참고하기보다는 막연한 노인 인구 증가 전망을 토대로 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캐나다주택보험공사(CMHC) 통계를 보면 BC주내 노인 주택 공실률이 가장 높은 곳은 메이플리지와 피트미도로 평균 공실률이 26.9%에 달한다. 이어 ▲애보츠포드와 미션(18.1%) ▲나나이모(18.1%) ▲새니츠 반도(16.4%) ▲톰슨-슈스왑지역(15.3%)도 노인주택 공실률이 높은 곳이다.

메트로밴쿠버 안은 예외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버나비, 트라이시티와 인근의 와이트록, 써리 남부의 노인주택 공실률은 12%에 달한다.

은퇴자에 대한 통념도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65세에 은퇴하자마자 노인전용 주택으로 주거를 옮기는 사람은 드물다. 건강한 은퇴자들이 많아서 굳이 옮겨야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대부분 은퇴자의 소득으로는 노인전용 주택 입주가 불가능하다. 노인전용 주택에 월 3000달러에서 8000달러가 드는데, 은퇴자의 평균 소득은 월 2752달러다. 결과적으로 실수요자 예측이 빗나가버린 것이다.

자말 사장은 “어떤 사람들은 노인전용 주택을 지으면 입주자가 온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리=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자료원 =Business in Vancouver(BIV)
밴쿠버 조선일보는 BIV와 제휴해 기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