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인들 사이에서 생애 첫 주택을 사고 나서, 일정 기간 자금을 모아 더 큰 집으로 이사가는 모습은 일반적이다. 현재보다 더 나은 주택으로 키워나가는 구매를 이른바 '무브업 구매(Move-up purchase)'라고 부른다.

부동산중개전문회사 리/맥스는 캐나다 국내 16대 대도시의 무브업 구매를 분석한 결과, 14개 도시에서는 무브업 구매가 감지됐으나, 밴쿠버와 빅토리아에서는 이런 구매가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리멕스는 2002년부터 2012년까지 시장을 분석해 최근 10년간 밴쿠버의 무브업 구매가 순탄하게 이뤄졌다며, 무브업 구매 실종은 최근에 발생한 것으로 진단했다.

원인은 밴쿠버 지역 주택거래가 감소하면서 자신의 구매가 이상을 받으려는 무브업 구매자들이 처분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몇 만달러 손해를 보고 처분하기보다는 가격이 오를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철수를 택한 판매자들이 적지 않다. 잠재적인 무브업 구매자인 판매자가 움직이지 않으면서 시장 거래량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밴쿠버 부동산 협회는 1월 시장보고서에서 7개월 연속 예년 평균 이하 거래량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새 매물 발생량 역시 4개월 연속 감소했다.

밴쿠버의 무브업 구매가 감소한 또 다른 원인은 현재 집보다 좋은 집을 사려면 부담이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집값이 소득 증가율을 크게 앞지른 결과, 평균소득으로는 감당할 수 없게 돼 주택 시장 접근성(affordability)이 낮아진 것이다.

밴쿠버보다 집값 상승률이 지난 10년간 높은 지역은 캐나다 국내에 4곳이 있다. 2002년부터 2010년 사이 밴쿠버 평균 집값은 142.17%가 뛰었다. 연평균 9.25%씩 올랐다. 이보다 더 평균집값이 상승률이 높은 지역으로는 ▲리자이나(10년간 198.9% 상승, 연평균 11.57%) ▲사스카툰(10년간 165.41%, 연평균 10.25%) ▲위니펙(10년간 160.12%, 연평균 10.03%) ▲세인트존스(10년간 149.1% 연평균 9.56%) 네 도시가 있다.

밴쿠버보다 집값 상승률이 높았던 네 도시는 2002년 집값이 평균 10만달러 선으로, 밴쿠버 30만1473달러의 3분의 1 수준이었다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네 도시 상승률은 밴쿠버보다 높지만, 2012년 평균 가격은 밴쿠버의 10년 전 가격인 30만달러 언저리다. 2012년 현재 평균가격이 73만달러를 넘어선 밴쿠버에 비해 주택 시장 접근성이 유지되고 있어 이들 지역에서는 무브업 구매가 존재하고 있다. 

거린더 산두(Sandhu) 리맥스 온타리오-대서양 지역 수석부사장은 "지난 10년간 주택소유주의 주택 자산가치 증가는 상당히 경이롭다. 특히 사스카툰, 리자이나, 위니펙  등 서부 캐나다 시장과 대서양 연안의 세인트 존은 가장 두드러진 가격 상승을 보이면서도, 국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장 접근성도 유지했다"고 평했다.

산두 부사장은 캐나다 부동산 시장에서 무브업 구매가 여전히 유효한 접근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산두 부사장은 "첫 주택 구매자가 25년 만기에, 5년간 고정 금리 7.02% 모기지를 얻어 2002년에 10% 다운페이먼트에 18만8164달러에 주택을 구매했다면, 10년후 갚아야 할 금액은 13만5619달러가 남는다. 해당 기간 동안 집 값은 93% 오른 36만3730달러가 됐으니, 연간 복리로 6.81% 수익을 올린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산두 부사장은 이어 "집을 팔아 빚을 갚고 22만8111달러를 들고 50만달러 주택을 산다고 가정해보자, 현재 낮은 금리와 보유 비용을 감안하면, 10년 집을 살 때보다 약간 늘어난 모기지 상환액으로 집을 구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두 부사장은 밴쿠버, 캘거리, 세인트 존처럼 최근 주택 가격이 다소 하락한 지역이더라도 무브업 구매자가 낮은 금리와 낮아진 가격을 이용하면 무브업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밴쿠버, 빅토리아, 켈로나는 어느 정도 매물이 있기 때문에 매물이 적은 에드몬튼, 캘거리, 리자이나보다 구매에는 유리한 면이 있다고 산두 부사장은 덧붙였다.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