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회사가 메트로 밴쿠버에서 분양하던 신규콘도 375세대를 최고 40%까지 할인하여 판매한다는 소식이 지난 주에 나왔습니다. 분양가 할인이 가져올 결과에 대한 필자의 예측을 정리합니다.
최근의 밴쿠버 부동산 상승은 2003년경부터 본격화되었는데, 그 가격 상승에 커다란 역할을 한 것은 고층아파트 분양가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게 책정되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일부의 사람들이 가격불문하고 고층아파트를 사들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호시절은 지나가고 이제는 냉각기에 접어들었습니다. 필자가 몇 년 전부터 이미 여러 차례 지적한 바와 같이, 콘도의 분양은 벌써부터 상당한 어려움에 처해왔습니다. 각종의 유인책을 암암리에 제시하는 경우도 있었고, 직접적인 현금의 유혹도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이제는 분양가 대폭할인 판매가 공개적으로 발표되기 시작하였습니다. 할인되는 콘도를 매입하는 사람들의 일부는 초단기 투자자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존분양가 정도로 시장에 나온 매물이 많으므로, 대폭할인된 콘도를 사서 약간의 차익만 남기고 기존분양가 이하에서 즉시 되판다는 계산일 것입니다. 즉, 콘도시장에 저가 매물이 쏟아지는 계기를 제공하는 셈입니다.
시장가격이 하락하므로, 분양가 할인을 거부하던 회사도 동참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입니다. 그나마 있던 매수세를 다른 회사에 빼앗기지 않기 위하여, 혹은 빠듯한 자금사정 때문에라도, 분양회사들 사이에서 가격인하 경쟁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콘도가격 하락의 악순환이 계속 확대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할인되는 단지나 그 주변에서 기존분양가로 매입하였거나 보유한 사람들이 기존분양가 수준에서 매각하는 것이 어렵게 됩니다. 그 사람들의 일부가 가격을 내려 시장가격이 추락하면, 기존분양가를 기준으로 대출을 해준 금융기관이 모종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면 버티던 사람들도 매물로 내놓아, 콘도시장 전체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악순환의 정도가 커집니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신규콘도를 최고 40%까지 할인함으로써 분양가의 40% 정도가 거품일 것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분양가에 신규콘도를 매입하려는 사람은 더욱 줄어들 것이며, 결과적으로 기존 콘도의 가격에도 악영향을 줄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이번의 신규콘도 할인판매는 악순환을 유발하는 계기가 되며, 최악의 경우 콘도가격이 본격적으로 하락하는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입니다. 모래성에 가랑비가 계속하여 내렸는데, 물러진 그 모래성에 소나기가 시작되는 격이기 때문입니다. 그 소나기는 다른 소나기와 합쳐져 폭우로 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면 그 모래성은 형태를 유지하기 어렵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