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이 부족해지면서 세입자에게 불리한 조건의 계약이 이뤄지는 사례가 메트로밴쿠버에 늘고 있다.

BC주 주택 임대법에 따르면 매월 단위(month to month)로 주택 임대 계약을 맺은 경우, 입주 연차가 쌓일 때마다 월세를 전년보다 매년 연 2.9% 한도 내에서 사전 통보하고 인상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 일부 임대주택 소유주는 보통 1년 정도, 일정 임대 기간을 고정해 집을 빌려주고, 이 기간이 지나면 재계약하는 조건을 두고 있다. 이때 세입자는 소유주와 재계약을 하면 상당히 오른  월세를 부담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처럼 일정 기한을 정해둔 임대계약을 기간고정 임대계약(fixed-term rental agreement)이라고 부른다.
세입자원조자문센터(Tenants Resource Advisory Centre·약자 TRAC)의 앤드류 사카모토(Sakamoto) 간사는 “소유주는 기간고정 임대계약을 이용해 새 세입자를 받아서 월세 인상 제한을 피해갈 수 있다”며 “이런  방법 때문에 최근 몇 년 간 임대료가 많이 올랐다”고 밝혔다.

밴쿠버시는 새 임대 주택 개발 시 일정 인센티브를 제공하지만, 기간고정 임대계약을 금지하지는 않았다. 시청은 기간고정 임대계약 금지는 BC주정부 산하 임대거주청(Residential Tenancy Branch)의 소관이라고 밝히고 있다.

찬드라 허버트(Herbert) BC신민당(BC NDP)소속 주의원(MLA·밴쿠버 웨스트엔드 선거구)은 자신의 선거구 사무실에 지난 2년간 임대료를 10%에서 30% 올린 사례에 대한 민원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은 월세 인상을 연간 2% 더하기 소비자물가상승률로 억제해 매월 단위 주택임대계약을 맺은 세입자를 보호하려 한 BC주 법취지를 무위로 돌리고 있다.

기간고정 임대계약 문제에 대해 세입자들은 적극적으로 취재에 응하지 않고 있다. 비즈니스인밴쿠버지는 큰 폭의 월세 인상에 직면한 세입자를 취재하기 위해 나섰으나, 세입자는 현재 집주인과 보도로 인한 분쟁 발생을 원치 않았다. 그러나 이 취재 중에는 침실 2개형 아파트 임대료를 한 달 사이 350달러 올린 사례도 발견했다.

기간고정 임대계약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사카모토 간사에 따르면 집주인-세입자 계약서에는 계약 만료 시 퇴거하기로 명문화돼 있는 형태다. 대부분 세입자는 집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집주인이 선의로 봐줄 것이라는 기대감에 이 계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상당한 월세 인상을 요구하는 집주인의 편지를 받기 전까지는 자신이 서명한 조건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세입자도 있지만, 서명했기 때문에 인상을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통보하고 퇴거하는 수밖에는 방도가 별도가 별로 없다.

BC주내 한 주택 소유주 협회는 기간고정 임대계약이 “널리 사용 중은” 아니란 이유로 문제가 없다고 했다.
데이비드 허트니악(Hutniak) 랜드로드BC CEO는 “계약 당사자들은 정해진 날짜에 계약이 만료된다는 점을 알고, 세입자도 그 시점에 임대 종료를 인지하고 있다” 며 “새로운 계약이 임대 시장에 일반화하는 현상은 이해할만한 부분이 있다.  2%+소비자물가지수(CPI) 인상 제한이 적용될 수 없는 이유도 마찬가지다”라고 밝혔다.

기간고정 임대계약이 새로운 문제는 아니다. 지난 몇 년간 이 문제를 추적해온 TRAC는 같은 세입자가 계속 거주한다면, 재계약 요건이 성립되지 않는다며 관련 재판을 청구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허버트 주의원은 리치 콜맨(Coleman) BC주 주거 정무장관에게 법안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밴쿠버 시청 산하 주택시장 접근성 개선을 위한 특별위원회도 주정부에 기간고정 임대계약을 금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아직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주정부 산하 임대거주청은 “관계자들과 협의 중”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아직 검토 단계에 있고 실제 조처가 취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톰 다비도프(Davidoff) UBC 경제학 교수는 기간고정 계약은 밴쿠버 시내 임대료를 가파르게 올리는 요인 중 하나라고 밝혔다. 다비도프 교수는 4·5월 임대료 광고를 점검하면서 “비정상적인 가격 상승을 발견하고 놀라웠다”고 말했다.

상황이 개선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캐나다주택모기지공사(CMHC)가 집계한 통계를 보면 2015년부터 2016년 사이 밴쿠버 다운타운과 웨스트엔드의 월세는 7.1% 올랐다. 그 사이 밴쿠버 임대주택 공실률은 0.6%로 하락했다.

기간고정 임대계약 등장 배경을 이해하려면 밴쿠버를 포함해 캐나다의 많은 대도시에 수십 년간 임대목적 주택 공급이 침체해 왔다는 점을 봐야 한다. 또한 임대목적 주택의 재산세 인상도 주목할 부분이다. 특히 지난해 주택의 공시가가 오르면서 많은 소유주가 상당히 오른 재산세를 부담하게 됐다. 재산세 부담은 월세를 올리는 요인이다.

여기에 비전통적인 방식의 주택 임대가 잘되고 있다. 에어비엔비(AirBnb)로 불리는 단기 민박형 임대가 늘면서 전통적인 주택 임대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앤디 얀(Yan) SFU 도시계획학과장은 6월 7일 기준 메트로밴쿠버내 에어비엔비에 올라온 주택·아파트가 총 3179세대, 룸렌트는 1399건이라고 밝혔다. 얀 학과장은 “월세가 오르는 이유는 공급이 줄기 때문인데, 이런 공급은 에어비엔비 같은 것에 의해 잘려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새 민박 영업에 대해서 밴쿠버 시청은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못한 상태다.
Business in Vancouver (BIV)
밴쿠버 조선일보는 BIV와 제휴해 기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